복지 분류

집에 묵혀둔 책, 공유해요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자, 여기 가져온 책으로 교환권 드릴게요. 책 고르세요.”
“어머, 이 책은 신간인데 여기에 있네요. 당장 바꿔야겠어요.”
“엄마 저는 이 동화책 읽어보고 싶어요. 처음 보는 그림인 것 같아요.”
최근 인천광역시 서구도서관 본관 앞 정원에서 주부 오씨(37)와 딸 이양(8)이 집에서 가져온 책 대신 가져갈 책을 고르고 있었다. 바로 주민들이 책을 서로 교환 할 수 있는 ‘독서바자회’였다.
이곳에선 1991년 도서관 개관 이후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책바자회’ 행사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더 많은 주민들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원래는 지난 바자회에서 모은 책으로 행사를 진행하지만, 이번 바자회에선 특별히 도서관에서 인기를 끌었던 책을 도서관에서 마련했다고 한다.
인천 서구도서관 박현주 열람봉사과장은 “각 가정에선 다양한 책을 읽기 힘들다”며 “다 읽은 책들을 가지고 나와 다른 책으로 교환해가면, 책의 소중함과 경제적 가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자회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사람들은 1인당 최대 3권까지 책을 가져와 교환권으로 교환했다. 담당자들은 책의 상태, 출판 연도 등을 확인했다. 못쓰게 된 책이나 오래된 책을 가지고 와서 새 책으로 바꿔가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담당자로의 확인을 거쳐 교환권을 받은 시민들은 도서관 앞 정원에 놓인 책 가운데 원하는 책을 가져갔다. 이 책들은 도서관에서 마련한 새 책과 올해 상반기 바자회에서 모은 책, 도서관 직원들이 가져온 책으로, 총 405권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바자회정보를 알고 왔다는 김씨는 “책을 좋아하지만, 직장인이라 도서관을 갈 시간이 별로 없어 주로 책을 사서 봤다”면서 “다 읽은 책을 가지고 와서 보니 평소 읽고 싶던 책이 있어 바로 집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가져온 책은 소설 ‘외딴방’과 ‘가시고기’였다. 이 책들을 교환권으로 바꾼 김씨는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 ‘덕혜옹주’와 자기계발서 ‘배려’를 집었다.
그녀는 “이러한 행사가 자주 있으면 지역주민들이 좋아할 것 같다”면서 “서로 필요한 책을 교환하고 또한 다시 한 번 독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아동도서 2권과 일반도서 1권을 가지고 왔다는 유씨는 “애가 한번 읽은 책에 싫증을 내는데, 매번 책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주기가 힘들었다”면서 “간간히 책을 사는 편인데, 싫증난 책을 바꿀 수 있어 아이에게 새로운 책을 선물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딸과 함께 나온 조씨는 평소 좋아했던 나라인 불가리아 여행에세이를 골랐다. 6살인 딸 이양도 동물 삽화 동화책 몇 권을 골랐다.

아이가 다 읽은 동화책을 가지고 왔다는 조씨는 “다 읽은 책으로 평소 못 읽었던 책으로 바꿀 수 있다는 바자회 정보를 듣고 아이와 직접 왔다”면서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게 해 책을 읽는 소중함과 책의 가치를 가르쳐주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들은 행사에 만족했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많은 종류의 책을 기대하고 왔다는 이씨는 “서로 안 읽는 책을 가져와 교환하는 취지는 좋지만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책이 없어 아쉬웠다”면서 “책 바자회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가져온 책이 중심인 만큼,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대학생 고씨는 “사람들이 가져온 책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 등 평소 많이 읽는 유명한 책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다양한 책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도서관 담당자 박현주씨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주민들이 교환하기 위해 도서관에서도 바자회용 책을 구입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것 같다”며 “주민들이 단순히 집에 묵혔던 책을 정리한다는 생각이 아닌,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도 공유해 서로 도움을 준다는 생각의 에티켓을 가지고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총 210명의 주민들이 책 교환에 참여했다고 한다. 좋은 책은 그 책을 읽은 사람의 가치관과 성격은 물론 삶 자체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책이 있다면 서로 바꿔볼 수 있는 도서바자회가 여러 곳에서 자주 열리길 바란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