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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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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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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나무에 꽃이 피고
가을엔 나무가 꽃이 된다“

가을이다.
불현듯 다가온 듯한 계절, 올해 가을은 참 거침없이 성큼 찾아온 손님 같다.
아직 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이하는 손님, 지금 가을은 계면쩍은 객같이 성급히 곁에 와 있다. 그런데도 단풍은 찬란한 가을 빛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더해간다. 푸르른 기상을 벗고 파스텔톤의 색깔로 단장한 나무들은 바람결에 몸을 흔들며 가을 소리를 낸다. 한 아름씩 나뭇잎을 떨구며... 붉음과 노랑과 갈색의 잔치 속에서 사이사이 푸른 상록수들의 초록이 외려 초라해 보인다. 가을산과 들판에 가득 쏟아지는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붉음과 황금색 풍요와 기쁨의 가을이 깊어짐을 노래하며 잔치로 초대하는 듯하다.
가을을 찾아와 준 손님들에게 말을 걸며 혹시 쓸쓸함에 젖은 눈을 하고 있는 이유를 묻지 않은 채 바스락거리며 밟혀주는 나뭇잎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낙엽하나,
조금 이른 듯하게 삶을 마감한 친구 남편이야기
젠틀한 모습, 따뜻함과 나눔의 삶에 몰두했던 사람, 목회자였지만 일반직장인이었어도 사람을 사랑하고 꾸밈없이 살았을 사람인데
그렇게 사랑했던 식구들을 놓아둔 채 지난주에 하늘나라로 이사 갔다.
너무 먼 곳이라 가볼 수 없는 곳으로

낙엽하나,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에도 동생과 절교를 선언한 채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큰애,
사춘기 속에 갇혀 10년이 넘도록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리다.
언제쯤 이기심과 편협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부모는 늙어만 가는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듯 바라만 보는 답답함도 모른체

낙엽하나,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 그녀가 가는 곳에는 늘 분열이 존재함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강한 자아와 변화무쌍한 감정으로 늘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어한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임을 알게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도 답은 없다. 그저 그녀 스스로 언제쯤 자만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가을처럼 깊이 있게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을까?
풋풋함보다 싱그러움보다 깊은 향이 어우러진 진한 커피향 같은 계절에 힘들고 아파하는 사람 그리고 아집과 자만으로 시고 떫은 과일처럼 제 맛을 내지 못하는 이웃을 사랑하고 싶다. 아! 가장 먼저 말을 걸며 위로해 주고 싶은 건 이웃에 앞서 우선 나 자신이다. 너무 힘들었다고, 그리고 너무 지친채로 살았음에 위로를 건네고 싶어진다.
이 가을에 생각나는 갈로의 시 한편을 읊으며...
가을은 참 멋진 날들이다!



말없이 사랑하여라
내가 한 것처럼 아무 말 말고
자꾸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사랑하여라.

사랑이 깊고 참된 것이 되도록
말없이 사랑하여라.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봉사하고
눈에 드러나지 않게
좋은 일을 하여라.

그리고
침묵하는 법을 배워라.
말없이 사랑하여라.
꾸지람을 듣더라도 변명하지 않고
마음 상하는 이야기에도
말대꾸하지 말고
말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중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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