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 햇살이 빨간 단풍잎 사이로 얼굴을 내비치며 인사를 하는 행복한 아침이다.
예비원아들을 데리고 입학 설명회에 오시는 부모님들을 반기며 안내를 하는 교사들의 밝은 미소엔 순수한 열정이 가득하다. 자녀의 첫 번 학교를 결정하는 일에 마음을 함께하려는 아빠들의 관심이 귀하게 여겨져서 그런지 부부가 함께 온 분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우리 문화는 처음 만나는 이웃 끼리 인사 하는 것이 어색하다. 설명회를 시작하기 전 배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마음을 열기로 했다. 그리곤 1분간의 시간을 주고 각자 감사하고 있는 것을 써보기로 했다. 재미있는 표정으로 감사의 내용을 금방 쓰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감사할 내용을 생각하려니 정리가 되지 않아 여전히 수줍은 표정을 짓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 15개를 쓰셨다는 아빠가 손을 번쩍 들고 감사의 조건을 읽어 주셨다. 숨을 쉬는 것이 감사하다고 시작한 조건들은 우리가 매일 누리는 것들이다.

일터, 보고, 듣고, 맛을 느끼고, 건강, 물, 음식, 자연, 여행, 자녀, 가족, 아내, 노래할 수 있는 것 등 이다. 아이가 대학 입시에 실패 했어도 가족이 잘 견딘 것이 감사하다며 눈물로 감동을 주신 분, 좋은 시부모와 남편, 크고 작은 어려움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안 것, 자녀를 선물로 주신 것, 하나님을 만나 믿음의 자녀로 사는 것, 갑작스런 질문에도 목이 메거나 눈물을 흘리며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나누어 주신 아름다운 감사들로 인해 만남의 소중함을 느끼며 마음이 풍요롭게 되는 감동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모두들 원서를 접수하고 가셔서 올해 원아 모집은 감사로 인해 풍성한 축복을 누리게 될 것만 같다.

우리는 평소에 누리는 많은 은혜에 감사를 잊고 사는 불감증에 걸려있다. 어지간한 일엔 감동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감사가 마음을 열어주고 축복의 통로가 됨을 경험하게 된 행복한 날이었다.
며칠 전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구가 와서 반갑게 만났다. LOVING HANDS 라는 사역으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스와힐리 성경을 보내는 일을 하던 평신도이다. 미국에 있을 때 우린 중앙아프리카 몇 지역 미망인들의 경제 자립을 위해 MICRO CREDIT FUND를 모금하고 염소 보내기를 하며 르완다로 콩고로 우간다와 탄자니아 고메 섬까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다니던 주안에서 자매된 친구다.

시 아주버님이 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 전도하려고 왔단다. 시댁이 모두 불교신자인데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구원의 소식을 전할 사람은 자기뿐이라며 사명을 가지고 온 터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우리는 밤새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숱한 고난들을 겪으며 아파했던 일들이 우리 성품을 다루신 주님의 은혜와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끊임없는 감사를 쏟아내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남편의 비즈니스가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물질에 대한 참된 자유를 맛보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감사를 드린단다.

지난해엔 10년도 넘게 익명으로 재정후원을 하던 남양주 장애인 공동체에 날 끌고 불쑥 데려가던 멋진 친구다. 몇 차례의 수술,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육체적 고난을 경험한 그녀는 아파하는 곳, 희망이 필요한곳, 고난을 겪는 이웃에겐 먼 거리도 마다않고 달려간다. 외로워하는 이들의 기도의 동지가 되어 주고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처한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주님의 따듯한 품으로 이끌어 주어 참된 위로를 주님께 받도록 해준다. 내게도 남편의 건강 문제로 기도의 제목이 있던 터에 친구가 가르쳐준 감사의 태도는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 119:71)" 라고 고백하게 된다. 친구가 전해준 고난 받는 이들의 소식은 내가 겪는 어려움들의 크기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주님은 내 마음속에 감사의 기쁨이 줄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천사를 보내는 특별한 배려를 하신 것이다. 늘 우리보다 더한 고통 받는 이들을 통해 고난이 하나님과 만나는 축복임을 알게 하셔서 감사의 열매를 맺도록 깨우치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