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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사과나무 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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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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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관련 업무 종사자 100인이 차리는 ‘사과나무 특식’
삼산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 지역소외 노인들의 급식 후원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 원권 한 장, 단돈 만 원으로 뭘 할까를 따져 보는 일은 즐겁기도, 때론 답답하기도 하다. 돈 쓸 일이 많은 요즘, 지갑 속 만 원의 가치는 하염없이 작지만 조금씩 그 돈을 모아 공동체 사랑으로 불려가는 이들도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이 이웃을 위해 차려내는 만원의 행복 ‘사과나무 특식’이다.

사과나무의 숨은 이름은 ‘사랑’
인천시 부평구 삼산종합사회복지관 별관식당에서는 매월 시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이 7년 째 출근한다. 일요일이라 쉴 법도 한 데, 남녀 소장 모두 급식전용 긴 앞치마를 둘렀다. 11시30분 할머니 할아버지들 식사시간을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1월 메뉴는 떡국, 돌아오는 명절 독거노인들과 미리 나누는 상이다. 육수가 끓는 동안 회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전을 붙인다. 남성 관리사무소 소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식재료를 다듬어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마쳐야 특식 임무가 완성된다.
특식을 차리는 이들은 관리사무소장들의 급식후원모임 ‘사과나무 쉼터’의 회원들이다. 자격은 인천에서 공동주택관련 업무에 종사자하는 사람들이다. 회원 수는 약 100여 명, 오늘 식사를 준비한 10여 명은 이곳의 열혈회원 노력봉사팀이다. 각 아파트 소장 회원들이 매월 보낸 만 원을 모아 복지관을 찾는다.
사과나무쉼터의 실질적 운영자이자 송도 풍림아이원 1차 오순화 관리사무소장은 “삼산종합사회복지관 인근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살아요. 저희 직업이 주거 공동체 관리 업무잖아요. 그래서 사회 공동체인 지역소외 노인들의 급식을 후원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100명이 1004명이 될 때까지 특식 차린다
회원들이 모이는 곳은 다음 카페 ‘사과나무쉼터’, 이곳에서 시작한 ‘만원의 행복나누기’ 급식후원은 월 무료급식 외에도 따뜻한 국물도 나눈다. 주중에 삼산종합사회복지관 점심 무료급식을 드시는 독거노인들의 겨울나기 최소 식량인 라면을 위해서다.
오 소장은 “홀로 식사준비를 하기 힘든 중증 장애, 혹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이 많으세요. 혼자 국까지 끓여 드시기 어렵기 때문에 라면을 사드렸어요. 또 지난해에는 저축한 회비를 모아 노인 활동보조기 실버카 30대를 장만했어요.”라고 말한다.
주거 공동체 아파트 관리가 주 업무인 관리사무소소장, 그래서 그 마음을 담아 사회 공동체를 후원한다지만 7년을 이어오기까지 어려움 또한 없지 않을 듯 하다. 오소장은 “일시적으로 한 번 기금을 내놓는 것보다 매월 만원을 잊지 않으려면 회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했죠.”라고 말한다.
사과나무 특식을 꾸준히 차리려면 후원 곳간 관리가 우선이다. 회원들이 각기 떨어져 근무하며 온라인에서 만나기 때문에 독려 전화를 돌리는 일은 기본이다. 여기에 오 소장은 회원들을 위해 건설기술교육원에 나가 공동주택 조경관리 무료 강의를 직접 해오고 있다. 아파트 관리 31년의 노하우 전수도 잊지 않는다. 후원의 고마움에 대한 회원 서비스다.

보람과 애환이 오고가는 관리사무소장이란 직업
주거형태 60% 이상이 아파트 거주이다보니, 필요해서 생겨난 직업이 바로 관리사무소소장이다. 한 사람이 수백, 수천세대를 관리하다보면 보람도 있지만, 말 못할 속사정도 없지 않을 듯... 오늘 노력봉사에 참여한 관교동 동아아파트 정동일 소장의 애환은 어떨까.
정 소장은 “아무래도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용관계를 강조하죠. 그러다보니 공용관리 업무 외에도, 세대 내부문제까지 요구할 때가 많아요. 관리 인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세대관리에 투입될수록 공용관리가 소홀해질까 걱정이죠.”라고 말했다.
개별 세대 전등교체, 욕실 배관 뚫기, 심지어는 못 박기까지 관리소로 요구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건물 유지관리에 대한 무관심이다. 오 소장은 “아파트는 다수가 거주하는 구조체이기 때문에, 유지관리 보수야말로 안전과 재산가치 관리에 필수예요. 일부 관리비 혹은 재건축을 의식해 관리소의 관리 전문 견해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안타깝죠.”라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장 자격인 주택관리사 취업률 40%, 시내 700세대라는 한정된 일터, 평균 근무 년 수 1년 미만, 30%의 정년부재, 이에 따른 고용불안.... 그래서 어쩌면 주민 눈에 드러나지 않은 어려움을 안고 일하는 소장님들의 박봉에 마음까지 합친 사과나무 특식이 더 따뜻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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