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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함께 보낸 특별한 신년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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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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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민족 대 이동을 하는 구정 설을 앞두고 각 가정들은 은근히 고민들을 하고 지내실 터이다. 구제역의 발생으로 고향으로 여행하는 길들이 제한을 받게 되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도 자녀들의 방문을 포기하신 가정이 대부분일 것만 같아서 안타깝다. 구정명절에 가족들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거나 예배를 드리고 집안 어른들과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명절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며 가문과 가족의 유대를 이어가는 아름다운 풍습과 전통은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쳐야할 소중한 문화이다. 핵가족 시대를 사는 맞벌이 젊은 부부들의 바쁜 삶속에선 좀처럼 뿌리의 소중함이나 우리 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가르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에 올해처럼 구제역 발생 등의 변수가 생길 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의 예절과 전통 문화를 잘 배우는 일은 세계 시민으로 살아 갈 때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우리 유치원 어린이들이 해마다 민속의 날을 정해 한복을 입고 등원하여 하루 온종일을 한국의 예절을 배우고, 우리 고유 음식도 만들어 먹어보며 지낸다. 국악 장단을 배우며 흥겨워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피 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정서를 진하게 느끼곤 한다. 외국엘 가면 대한민국의 문화나 우리만의 것을 소개하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나 자신도 한국문화를 소개해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마다 당황해 하다가 뒤늦게 뉴욕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국악에 대한 이해와 전통무용을 배운 일이 있으니 말이다. 기회가 되면 우리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소개할 수 있어야 남들도 우리를 존중한다는 걸 절감하며 살아 왔다.

지난 년 말에 남편과 나는 시카고에서 시누이와 살고 계시는 시아버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휴가를 냈다.
독일에서 연주가로 활동하는 아들에게 할아버지께 새해 인사를 함께 드리러 가자고 연락을 하니 바쁜 일정을 틈내 와주어서 흩어져 살던 우리가족이 뉴욕에 사는 딸과 만나 시카고로 향했다. 12월 31일 시카고에서 구순을 훨씬 넘기신 백발의 아버님을 만나 뵈니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가정 예배를 인도하시며 거목처럼 우리를 이끌어 가시던 기품 있는 노신사의 정정한 모습은 보이질 않고 깨끗한 모습으로 해맑은 미소를 지으시던 아버님의 표정이 눈에 밟힌다.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시어머님은 한국의 역사 탐방을 시켜주시며 한국문화의 소중함을 교육시켜 주셨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꼭 한복을 맞추어 입혀 주시고 절하는 예절을 가르쳐 주셨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며 쓴 글짓기엔 한국을 자랑스럽게 소개한 내용이 많다. 할머니께서 사주신 한복을 입고 학교에서 하는 다문화 훼스티벌에 나가 소개하거나 자기가 가장 아끼는 "색동 이불"에 대한 글을 써서 선생님들의 호평과 사랑을 받은 기억이 난다. 한국적인 색동저고리, 색동 이불에 대한 추억을 잘 살려서 쓴 글이 어른인 내게도 진한 감동을 느끼게 했으니까. 대학 기숙사에 까지 그 색동 이불은 가져가서 덮을 정도로 한국적 정서와 함께 자신의 뿌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2010년 마지막 날을 우리 가족은 아버님과 시누이가족 막내 시동생 가족과 함께 시누이가 나가는 교회에서 즐겁게 윷놀이도 하고 송구영신 예배를 함께 드렸다. 가족이 함께 제단 앞에 나가 목사님의 축복 기도도 받고 새해 소망을 기도하며 아들과 딸아이는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함께 드리는 예배가 그리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길 한다. 일생동안 가정예배를 드리며 믿음의 본을 보이신 시부모님 덕분에 우리 아이들에겐 가족이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곳이 가장 마음이 편하고 고향에 온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리라.
신년 첫날 아침 시아버님과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 앉아 가정예배를 드리고 아버님의 자손들을 위한 기도가 숭고하게 우리 귀에 들려질 때 내 자녀들에게 이런 귀한 시간을 자주 갖게 해주지 못함을 슬퍼했다. 구십 이세의 아버님이 기도 하시던 모습은 야곱이 자손들을 위하여 축복하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아침에 떡국을 먹고 난후 우리는 아버님께 세배를 드렸다. 많은 세월 자신의 전부를 주시기만 하시던 아버님께 감사의 카드와 선물을 손자가 직접 할아버지께 드리니 눈물을 글썽이시며 감격해 하셨다.

새해 첫 주일날을 할아버지와 함께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기로 하고 떠난 여행이어서 우리 식구는 며칠 동안 교회를 오가며 아버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 내외는 시누이의 성화로 성가대에 서서 찬양을 드렸고 손자 손녀는 할아버지 곁에 앉아 가족의 소중함과 대를 이어 신앙의 전통이 이어지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임을 확인하며 감격의 예배를 드렸다. 우리가족이 아버님과 보낸 신년 명절의 정겨운 풍경은 믿음의 본을 보이시며 자녀들을 기도로, 사랑으로 키워주신 어머님 아버님을 생각하며 환한 불씨로 그 대를 이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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