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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머리 손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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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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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일 년에 딱 한번 머리 손질을 했다. 설을 준비하면서 묵은 것을 덜어내기 위한 의식 중 하나로 머리를 손질한 것이다. 없는 돈을 들여 하기 때문에 오래가는 ‘파마’ 일명 뽀그리 파마가 대세였다. 그것이 우리나라 아줌마 스타일로 정형화 되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민속 명절을 앞두고 단정한 머리 손질을 하기 위한 어르신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진다. 무료라서 더욱 즐거운 머리손질. 미래의 가위손을 꿈꾸는 인천백운이용학원의 학원생들의 가위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미지가 말끔해진다. 학생들의 실력은 높이고 주머니가 가벼운 어르신들은 공짜로 멋을 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 현장을 찾았다.

부평구 십정동 백운고가 옆에 위치한 인천백운이용학원의 문은 수시로 열고 닫힌다. 차가운 기운을 뚫고 단정한 이미지를 유지하고자하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층의 문을 여니,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머리손질이 진행 중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초급에서 고급반 학원생들의 숙련도에 따라 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 49개의 의자가 쉬지 않고 있다. 인천백운이용학원에서는 이용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수강생들이 실습프로그램 의 일환으로 일반인에게 머리 손질을 무료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이곳 밖에 없어.”라는 임 할아버지(81세)는 이곳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한 지 15년째다. “이곳에서 처음 무료로 시작할 때부터 이용했어. 마음에 너무 들지. 이런 곳이 어딨어. 앞으로도 쭈욱 다녀야지. 내가 이곳을 주변 사람들한테 알리고 같이 온 사람의 수도 적지 않아...”라며 웃으신다.
하얀 천위로 잘린 머리카락이 천천히 쌓인다. 순서를 기다리며 한 쪽 의자에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많다. 오래 기다려도 즐거운 이유는 친절한 학생들이 무료로 마음에 들게 머리손질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수강생들 눈빛이 빛난다. 삭~삭~ 숨을 고르며 가위 움직임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은 수업의 연장인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백발인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뒷마무리를 정성껏 하고 있는 박 씨(54세). 창업을 목표로 이곳에서 한 달째 수강을 하고 있다. “저희는 연습을 해서 좋고 손님들은 무료로 머리손질을 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죠. 처음에는 너무 긴장하고 떨렸죠. 선생님들이 수시로 잘 도와주시고 손님들도 믿어 주시니 편해요. 기술을 익히고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죠.”

이렇게 서로에게 좋은 일을 이곳에서 시작한 지는 15년째가 된다. 점차 입 소문이 나고 손님이 늘어 현재는 매일 200~300명의 손님이 무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매일 40명의 수강생과 4명의 강사들이 손님들의 이발과 면도, 염색을 책임지고 있다.
강사들은 실습을 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사이사이를 되돌아보고 그때그때 이론과 기술을 전수한다. 하나의 기술이라도 놓칠세라 강사의 손끝과 말에 집중하는 수강생들. 빗의 각도와 가위의 능숙함을 보이며 강의에 열중인 이는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강종권(인천백운이용학원 실장, 44세)씨다.

“남의 머리를 만지는 일은 예술”이라는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일이 머리를 만지는 일입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어서 같은 듯하지만 모두 다르게 표현됩니다. 손님의 마음을 전해 듣고 표현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것이 매력입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무료서비스를 받고자하는 손님들의 수가 더 많아져요.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이곳에 많이 오세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용돈을 꺼내 손에 쥐어 주려하며 좋은 일에 써 달라는 할머니를 뵐 때와 산적 같은 더벅머리의 노숙자가 와서 말끔하게 머리카락이 정돈되어 나갈 때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대한민국 이용기능장 전재국 원장을 도우며 이곳을 운영한지 7년째. 학원생들의 수강료만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경영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무료이용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다양한 손님들의 머리카락으로 실습을 할 수 있어요. 사람마다 머리카락의 성격도 다른데 그만큼 실력을 쌓을 수 있죠. 그래서인지 이곳의 수강생들의 실력이 우수해 취업률도 높아요. 후배들의 기술향상에 도움이 되는 이일을 멈출 수 없죠.”

봉사단체로 등록이 되어 있는 인천백운이미용학원은 군부대와 소외된 시설로 매주 무료봉사를 다니며 재능봉사를 하고 있다. 무료이용서비스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8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된다. 컷, 샴푸, 염색, 드라이, 면도를 무료와 실비로 제공된다. 이곳은 자격증취득반, 연구반, 특별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의:516-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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