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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아이들을 위한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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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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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씨는 인천 화수동에서 8년째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을 들으면 언뜻 국수를 파는 식당이라 착각하겠지만, 민들레 국수집은 사실 국수를 팔지 않는다. 이곳은 수익을 위해 운영되는 가게가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노숙인, 노인, 출소자 등 식사비용을 마련할 여유가 없는 누구라도 이곳을 찾아 밥 한 끼를 대접받을 수 있다. 하루에도 종잡아 5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민들레 국수집을 찾는다.
서영남 씨가 어린이만을 위한 밥집을 구상한 것은, 어른들 틈바구니에 껴 민들레 국수집을 찾는 어린이들을 보았을 때부터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민들레 국수집을 찾는 아이들이 많았죠. 한데 아무래도 민들레 국수집은 어른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식단 등 여러가지 면에서 좀 부족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천 화수동은 주민들의 연령층이 높은 동네다. 또 맞벌이를 하는 가정, 편모편부 가정도 많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학교가 파하고 집에 가도 밥이나 간식을 챙겨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이 유독 많다. 어느 날 서영남 씨의 딸 서희 씨는 저녁을 먹다 동네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한참 저녁을 먹을 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길거리를 쏘다니는 것이 안타까웠던 서희 씨는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결국 어린이 밥집을 여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때마침 민들레 국수집에서 100m 정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야채가게 하나가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이 개점하게 되었고, 문을 연 이후 이곳은 어린이들의 따뜻한 쉼터가 됐다.

감사하는 마음이 돈보다 귀한 대가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는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간식을 제공하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저녁밥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들 중에는 학교에 잘 가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서희 씨는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찾는 아이들의 반응은 참 다양하다고 말한다.
“자기들은 이렇게 먹을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또 우리가 이렇게 만날 오면 돈 많이 들지 않느냐고 걱정스레 물어오는 아이들도 있지요. 그럼 전 농담처럼 ‘그런 걸 걱정하지 말고, 나중에 청구할 거야!’ 라고 말하며 그냥 함께 웃고 말지요.” 처음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이 문을 열었을 때는 아이들이 이곳이 운영되는 이유를 오해하는 일도 있었다.
“마치 휴대폰 대리점에서 ‘휴대폰 공짜’라고 말을 하듯이, 이곳도 말만 공짜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당장 돈을 대지 않을 뿐, 다 밥값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테이블마다 코팅된 종이를 한 장씩 끼워서 넣었다. ‘돈보다 더 귀한 것이 마음’이라는 말이 적힌 종이였다. 무엇보다도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다. 그저 자신이 먹은 자리를 정리한 뒤 잘 먹었다고 진심어린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값을 치른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했다.
서희 씨는 이제는 아이들이 정말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감사라는 것을 깨우친 것 같다고 말한다. “하루는 한 꼬맹이가 이곳 앞을 지나가면서 엄마한테 ‘엄마 여기 공짜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공짜인데 공짜가 아니야. 고맙다고 하는 게 돈을 대신하는 거래’라고 엄마와 대화를 하며 지나가더라고요.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 같아요.”

공부방까지, 온종일 아이들의 쉼터가 되는 민들레 건물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의 2층과 3층에는 각각 도서관과 공부방이 있다. 도서관은 지난 11월 15일 문을 열었고, 공부방은 사실 2008년부터 운영해 왔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은 온 동네 아이들이 다 찾고 있지만 공부방 같은 경우는 그보다 좀 더 저소득층의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그런 공부의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배움이라 하여 꼭 학교 수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방에서는 수학과 영어 같은 정규 교과목도 가르치지만, 그보다도 아이들의 가슴을 채울 수 있는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은 논술도 배우고 있고, 특히 그림으로 표현하기, 만들기 등 미술 활동을 열심히 한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동화 구연 수업을 신설했다. 평범한 아기 엄마들이 동화 구연 선생님으로서 아이들 앞에서 직접 구연을 했다. 서희 씨는 그때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사실 더 어렸을 적에 동화 구연을 가정에서 경험했어야 하는데, 부모님이 많이 바쁘시니까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던 거죠. 고학년 아이들이 동화구연을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민들레 공부방은 여러 특별활동을 아이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이곳은 아이들의 부족한 감성을 한 단 채워 주는 공간이 되어 주고 있다. 또 한때 민들레 공부방에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머물렀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 공부방, 도서관이 있는 이 작은 건물은 이처럼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고 있었다. 돈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바라는 곳. 아이들은 이곳에서 단지 배고픈 속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의 의미까지 깨닫고 간다. 그저 지켜보는 이의 마음마저 따사롭게 덥혀 주는 이곳은, 우리 사회에 온정을 퍼뜨리는 진짜배기 민들레 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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