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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으면, 희망이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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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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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혜광학교의 음악캠프를 찾은 날, 멀리서부터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들의 맑은 영혼이 담긴 음악이 공기를 타고 귀로 스며들어 마음을 따스히 물들인다.

교실에서는 미래의 음악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악기를 연주하느라 여념이 없다. 문다솔(17) 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연주하고 있다. 유모레스크의 경쾌한 리듬이 소녀의 작고 귀여운 손끝을 타고 한 송이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가끔 음이 어긋나기는 하지만 마음이나 표정만큼은 전문 음악가 못지않게 진지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황수진 음악교사는 그런 다솔 양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들은 것을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예요. 음악을 깊이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선율을 타고 자연스럽게 흐른답니다. 그만큼 음악을 할 때 아이의 표정은 꿈꾸듯 참 편안하고 행복해 보여요.”

악기를 다루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하물며 앞을 못 보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오랜시간 연주자세를 몸으로 익히고 정확한 음을 내는 악기 위치를 파악해야 하며 악보를 눈이 아닌 손으로 읽어야 하기에 아예 통째로 외워야 한다. 모두 ‘볼 수 없기에’ 감안해야 하는 어려움이다. 하지만 볼 수 없다고 해서 꿈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혜광학교 아이들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열린 귀로 세상의 소리를 들으며 빛나는 내일을 그리고 있다.

드디어 음악발표회 날. 지난달 21일, 혜광학교 학생 70여 명이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 삼애관 무대에 올랐다. 이날 연주회에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인 이경구씨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인천시향 단원들이 함께 하모니를 이뤘다.

하나 둘 셋. 지휘자가 작은 소리로 음악회의 시작을 알리자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정경이 흐른다. 악보도 없이 소리와 느낌으로 만들어 내는 화음이 연주회장에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때론 음이 틀리고 박자가 맞지 않았지만 단원들은 지휘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동료들과 호흡하며 열성으로 연주를 이끌었다. 이어 마지막 곡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 서곡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들이 연주한 건 음악, 그 이상이었다.

‘나는 할 수 있다(I Can Do Anything)’ 혜광학교 학생들이 가슴에 품고 사는 신념이다.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선율이, 희망의 빛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히 뿌려 진다.

인천 혜광학교 오케스트라
인천 혜광학교는 특별하다. 학생 모두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1인 1악기’ 교육을 펴고, 세계에서 하나뿐인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앞으로도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활성화해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열리는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의 개막식 행사에서 연주하고, 더 멀리 외국 순회공연을 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 꿈을 향해 지금 이 순간에도 학생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혜광학교 명선목 교장은 “시각장애인은 악기 특히 현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옳았다”며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했다. 더불어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마음이나마 애정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문의 : 인천 혜광학교 522-8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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