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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의 가위손 섬김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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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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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각과 실천이다. 작지만 소박하게 소신을 지켜나가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쉽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나눔과 봉사.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1% 사랑이발관’에는 마음을 100% 나누는 은발의 가위손이 있다.

노란 바탕 간판에 ‘1% 사랑 이발관’이라 적혀 있다. 낯선 상호의 이발관은 오래된 동네, 중구 도원동으로 들어서는 마을 입구에 있다. 독특한 이름을 단 조용한 이발관 문을 여니 은발의 할아버지가 꼬마 아이의 머리를 다듬고 계신다. 미소로 반기는 그는 윤정의 (70) 할아버지. 이곳의 주인이다. 손에서 일을 놓았을 만큼의 연세이지만 할아버지는 손때 묻은 가위와 빗을 들고 익숙하게 머리를 자르고 다듬어내린다. “어서오세요, 손자 머리 다듬고 있어요.”
익숙한 듯 자세를 잡아주는 꼬마는 윤채휘(7). 태어나면서부터 할아버지에게만 머리를 맡겼다. 다른 이발사는 모르는 채휘는 할아버지의 손길이 좋다. “맘에 들어요. 할아버지가 머리 만져주셔서 좋아요.” “당연하지.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 머리는 내가 만지지. 90세의 어머니 머리도 아직까지 내가 만지고 있어요. 상고머리로 깔끔하고 이쁘게 잘라드리면 좋아하시지... ‘이곳에 오시는 어르신들 머리는 내 어머니 머리다’는 마음으로 만지고 있어요.” 할아버지의 얼굴에 인자한 미소 퍼진다.

그가 말하는 ‘1% 사랑 이발관’은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붙여놓은 이름이다. “내가 버는 수입의 1%를 모아 이웃과 나누고 싶어서요. 창피하네요. 50년 동안 이곳에서 이발사로 삼형제를 다 키웠어요. 잘 먹고 잘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살았어요. 오래된 동네에 젊은 사람들은 미용실이나 시설 좋은 신식 이발관으로 가는 세상이지만,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머리를 자르세요. 일정치도 않은 아주 작은 금액이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발관 문을 열어놓고 있어요. 내가 무엇으로 봉사할 수 있을까? 가진 것도 없고... 나만 못한 사람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죠.” 이렇게 시작된 할아버지의 나눔에 의지는 7년 전 ‘더불어 이발관’을 만들었고 2년 전에 ‘1% 사랑 이발관’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하루, 많으면 두어 명, 손님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크건 작건 그는 양심껏 정확히 수입의 1%를 떼어 낡은 TV위에 놓인 종이 저금통에 넣는다. 이곳에선 어르신들에게 정해진 이발가격은 없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가 이발 가격이다.

오래된 이발관의 아담한 내부, 중앙에 놓은 연탄난로 위에서 손님을 맞을 물이 데워진다. 켜켜이 쌓아올린 알록달록한 색의 수건도 가득하다. 손때로 차분해진 가위와 빗도 이발관의 연조를 말해주는 생생한 소품들이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거주하며 통장으로 지역주민을 위해 여러 해 봉사를 한 할아버지는 어려운 이웃들을 늘 보아왔다.
“도원동 인구 5,100명 중에 60세 이상 노인은 650명이 좀 넘어요. 생활이 어렵고 외로운 어르신들도 많지요.” 할아버지는 ‘사랑’을 실천하고자 본인의 나이를 잊고 마을 곳곳으로 움직인다
지난 해 9월 문을 연 ‘복사골 경로당’의 회장으로도 활동하는 할아버지는 각 가정의 대소사를 다 꿰차고 있을 만큼 이 마을의 터줏대감이다. 거리를 나서면 젊은 사람과 노인, 어린아이, 마을에서 공사 중인 사람 등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우리 회장님은 이거예요..”라며 팔을 들어 하트 표시를 하는 할머니에게서 윤할아버지의 마을 사랑이 보인다. 이렇게 마을 곳곳을 살피고 노인정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이발관은 자주 비어 있다. 그렇지만 이발관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문 앞에는 친절하게 전화번호도 적혀있다. 언제든 전화만하면 할아버지는 달려오신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할아버지의 기도는 매일 같다.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손님을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꾸준히 이어가는 할아버지만의 ‘1% 기적’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바탕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1% 사랑 이발관’의 기부는 1%이지만 세상을 향한 그 마음은 100%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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