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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하나님께 무엇이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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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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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부소장(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인천지부)

얼마 전 연말을 맞아 송년모임을 겸하여 법조동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최근 일련에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줄기세포이야기, 사형수로서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랐던 이가 사형 집행된 이야기, 사형폐지론 등 토론을 방불케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한 선배와 나란히 옆에 앉아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선배는 최근 교회에 등록을 하고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신앙이야기, 간증 등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선배는 자신이 검사재직시절 수십 건의 살인사건과 변사사건을 처리하면서 많은 가슴 아프고 억울한 피해를 당한 죽음과 용서받기 어려운 범행을 보았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인 피고인이 극형을 받아도 마땅한 흉악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되었기에 사형을 구형하는 결재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이들을 죽음으로 단죄해 달라는 것이 검사의 직무이기는 하나 과연 인간의 권한에 속하는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어떤 경우에는 범행 당시 그들로부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징표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사치스러운 흉악범도 있다.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면 우리는 그 필요성이나 사정에 따라 죽임을 택할 수 있을 것이며. 흉악범에 대한 논고를 함에 있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기는커녕 짐승만도 못한’ 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인간이 아닌 자를 처벌해 달라고 사형구형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사형제도는 범행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을 판단하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짐승보다 못한 자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범행 후 사형이 확정되고 집행될 때까지 최소한 수십 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리는 바, 정작 사형을 집행할 때가 되면 이들은 ‘非人間’에서 ‘人間’으로 돌아와 있다.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사형이 집행되기 훨씬 전에 자신들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구하거나 용서받기도 하며, 한발 더 나아가 신체 일부를 기증하는 등 무엇인가 자신의 죄를 씻으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사형 당하는 시점에서 본 그들은 범행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측은하고도 평범한 ‘人間’으로 돌아와 있으며,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우리는 짐승이 아닌 ‘人間’에게 극형이라는 단죄를 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형수들은 가족 이야기를 꺼린다. 가족들에게 면회를 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사형수들도 있다. 사형폐지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이인철 목사는 이에 대해 “본인의 삶에 대한 집착이 다시 생길 것에 대한 두려움과 사형수 가족임이 주위에 알려졌을 때 가족들이 겪을 괴로움을 걱정하는 마음이 뒤섞여서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사형수가 교정위원에게 보낸 편지에 “가족들이 나를 버리지 않고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고 나를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내가 사는 의미가 충분해졌습니다”라고 썼다.
그 교정위원은 “수감 초기에 그는 가족들조차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분노에 차 있었다”며 “사형선고 직후의 혼란에서 벗어나 죽음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면서 신앙생활에 심취되거나 다시 가족들을 찾아 용서를 구하고 싶어한다”면서 그들이 마지막에 의지할 곳은 신앙과 가족뿐이라고 말했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Green Mile』이라는 영화(억울한 사형수에 관한 영화이다)를 본적이 있다.
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된 자의 형을 집행하는 검사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지 묻자 “검사님 저는 정말로 죽이지 않았어요. 정말 억울합니다”라고 답하는 것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오판을 전제로 한 상소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항소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없지 않음에 비추어 볼 때 사형제도가 필요한 것인지 과연 한 사람의 영혼이 지구보다도 무겁다고 한 하나님이 손수 지어 만든 창조물을 인간들이 정한 법과 규범의 이름으로 처벌을 할 수 있는 지.
위 영화에서 톰행크스의 독백이 이어진다. “내가 죽어서 하나님 앞에 섰을 때 그분이 내게 물으실거야. 왜 내 기적의 증거를 죽였냐고… 그럼 뭐라고 하지? 내 직무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내가 죽어서 하나님 앞에 섰을 때 그분이 내게 『너는 왜 나의 어린양에게 사형을 구형하기도 하고 결재를 해 주었느냐』고 물으시면 나는 무엇이라 말씀드릴지 고민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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