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류

마음 속 숨은 희망을 찍는 사람들

작성자 정보

  • 강성욱 기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 임희원 작품 "하루"

세상눈에 보이는 것이 다일까.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에 숨은 무한한 상상력에 의지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인천혜광학교 사진반 학생들이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 단순한 호기심을 따스하게 녹이는 봄빛 같은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소리와 가능성으로 사진을 찍는다
토요일 오후, 시작장애인들을 위한 인천혜광학교 학생들도 오전수업을 마쳤다. 한 주 공부가 모두 끝난 홀가분한 방과 후, 무엇을 할까. 송도로 사진 찍으러 간단다. 봄 날씨가 유혹이라도 했을까. 학교 마당에 나와 카메라 장비를 챙기는 손길들. 오늘은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
혜광학교 사진반을 이끄는 황태경(19)회장은 “전 인물사진을 좋아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사람얼굴을 크게 찍어요. 사진을 찍을 땐, 소리에 집중해요. 또 초점을 맞추며 포즈가 부족하다 싶으면 다가가 자세를 수정하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회장 황군이 저 시력이라면, 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 전맹인 임희원(고1) 군은 “렌즈가 보이냐고 먼저 물어봐요. 대답이 들리는 쪽으로 앵글을 돌려요. 그리곤 약간 고개를 숙여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죠”라며, “저는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 사진을 좋아해요. 웃으며 장난치는 사진을 찍어요. 또 학교 길을 오가며 들리는 자동차 소리와 버스정류장도 자주 찍어요. 악기를 배울 때, 소리로 상황 파악훈련을 해둔 것이 사진 찍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해 자신감 찾다
혜광학교 사진반 학생들이 촬영에 재미를 붙이기까지 그 뒤엔 이 학교의 이상봉 교사가 자리한다. 83년 부임해 현재 컴퓨터 과목을 가르치는 이 교사는 특수교육과 사진을 전공한 현직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친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가능성 열어주기’다. 사진기를 잡자, 아이들은 먼저 호기심을 보였다. 카메라 앵글 속으로 사물을 연결하자,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왔다.
이 교사는 “우선, 아이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생활의 다양함을 접할 수 있잖아요. 뭔가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고, 또 도전의식도 나오죠. 꿈과 희망이죠.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교사가 늘 고마움을 느끼는 존재는 디지털카메라, 94년까지만 해도 시각장애인들에겐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사진 찍기였다. 이듬해 디카의 출현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었던가. 이제 아이들 손 안에 디카 하나, 그 자체가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나를 드러내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
혜광학교 사진반은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 기초 공부부터 한다. 카메라의 기본 기능을 알아야 촬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진을 찍고 나면, 선생님과 반원들은 함께 작품 평을 잊지 않는다.
“수빈이는 상황에 생각을 곁들여 사진을 찍죠. 희원이는 결혼할 때 모았던 작품을 모아 모두 기록으로 남길 거래요. 저는 사람 표정이 풍부한 사진이 되도록 그 방향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회장 황군의 평이다.
이 교사는 제자들의 작품에 대해 “아이들에게 사진은 생각의 기록이죠. 순하고 깨끗해요. 친한 벗을 소중히 하는 맘이 사진에 그대로 묻어나요”라며 “사진반원들의 작품은 기능적으로 흔들리고 초점이 덜 맞아도 그 자체로 작품예요”라고 말했다.

빛의 예술이라는 사진, 빛으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시력과 잔존시력이 전혀 없는 전맹 시각장애 학생들의 사진 찍기, 앵글을 통해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나를 드러내는 자신감과 도전으로 이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