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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탐방 | “나이야 가라 얍! 청춘아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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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욱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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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디스크 등 딛고 제2의 인생 살아

태국-싱가포르 등 해외순회 시범행사도

 

“어∼이!” “빠샤!” “이얍!”

인천 부평구 부개1동의 한 체육관. 흰 도복을 입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의 기합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손날과 발로 송판을 반쪽 내고 기와 다섯 장 정도는 가볍게 격파한다. 환갑을 넘긴 할머니의 격파솜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절도 있는 손동작과 발차기에 힘이 느껴진다. 이들은 국내 유일의 ‘인천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이다.

노인은 늘고 일자리는 부족한 슬픈 고령화시대. 하지만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은 노년을 즐겁고 힘차게 살고 있다.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태권도를 시작한 김인복(77) 할머니는 “운동을 하면서 심신이 훨씬 건강해졌다”며 “지금은 자녀들이 태권도장에 빨리 가서 연습하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39명의 회원은 65∼83세 할머니로 이 중 25명이 공인 1단 이상의 유단자이다. 5∼10년 전 태권도를 시작해 국기원에서 승단 시험을 치렀다. 청소년은 대부분 1년 정도 수련한 뒤 승단시험을 보지만 할머니들은 체력이 약해 2∼3년 걸렸다.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이 발족한 시기는 지난 1989년 무렵.

회원들은 모두 65세에서 83세의 할머니로 절반 이상이 태권도 1단 이상의 유단자들이다.

노인들도 건강을 위해 태권도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매일 10분 정도 모여서 연습한 것이 현재 시범단을 만들게 됐는데요, 어느덧 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져 주말을 빼곤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는 할머니들! 어떤 보약보다도 태권도가 몸에 좋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할머니들이 태권도 마니아가 된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시범단 지복연(75·2단) 회장은 9년 전 직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 태권도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운동을 하는 게 좋다는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지. 항암제를 맞으며 태권도를 계속했어. 기합을 넣다 보니 아랫배에 힘이 생기더라고. 이젠 병원에 가지 않아. 태권도가 ‘보약’인 셈이지.”

태권도 경력 8년째인 박영자(72·2단) 할머니는 “몸무게가 80kg에서 67kg으로 빠지고 고질적인 당뇨병도 고쳤지. 손자 손녀들도 ‘멋쟁이 할머니가 됐다’며 좋아한다”고 했다.

이렇게 갈고 닦은 실력으로 할머니 시범단은 10년 넘게 태권도를 전파해 왔다. 지난해 열린 춘천 세계 태권도 대회와 전국문화축제에 참가해 수상을 하거나 시범을 보이면서 경력도 화려해지고 있다. 또 시범단은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을 순회하며 시범 행사를 열어 태권도를 외국에 알리는 일에도 열성이다.

할머니들은 “태권도를 시작한 뒤 손자 손녀가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며 “태권도가 가족 화합에 한몫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태권도!

체육관이 떠나갈 듯 외치는 할머니들의 힘찬 기합소리에 세월을 건강하게 지키는 비결이 숨어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는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 이들을 지켜보며 ‘행복한 노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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