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입학은 교육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대소사이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 치루느냐 못하느냐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책의 변화는 학부모를 비롯해 학생들의 생각과 태도, 입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달 27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에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교육시장의 1/3에 해당하는 영어사교육비를 대폭 경감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다.
절대평가는 특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는 사람에게 해당 등급을 책정하는 것으로 기존의 4%이내의 학생들에게 1등급을 주는 상대평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대학생인 이 군은 “학교에서 절대평가로 평가하지 않고 비율별로 상대평가를 하는 교수님들 때문에 공부하는데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며 “나름 공부한다고 했는데, 다른 동기들이 모두 다 시험을 잘봐 항상 A이상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말했다. 이는 상대평가가 절대평가에 비해 학생들에게 적지않은 부담과 사교육비를 부축인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한편, 이번 조치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라는 전망과 ‘학생들의 경쟁을 완화’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단편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사람들은 결국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변별력이 필요하게 된다”며 “그러기 위해 수리나 사회과학탐구 영역에 대한 사교육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3년 정도의 예고기한을 두고 2017년이나 2018년부터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네티즌은 “정말 이 정책이 검증을 통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정책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는 손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정책의 효과성이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양대가 고교생 학부모 교사 등 10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에 대해 응답자 60%는 “사교육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수능은 1994학년도에 도입된 이후 줄곧 상대평가를 유지해 왔으나 이번 조치로 교육부는 스스로 수능 체제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입 준비가 급선무인 일선 고교에선 영어 수업의 비중을 줄이면서 수학과 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공산도 크다. 수능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으면 전체적인 틀을 다뤄야지 땜질 대응을 하면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한편에서는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대입시험을 폐지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극단주의적인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주의적인 주장은 ‘인재양성이 중요한 나라’ 특성상 어리석은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평가를 하려면 전체 과목을 다 절대평가를 해야지 일부만 하는 것은 ‘사교육비 절감’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이들도 있다. 이게 장 군은 “이 문제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이왕 시행하려면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변별력이 없어 정말로 훌륭한 인재를 찾기가 어려워 국가적 손실이 아니냐?”라고 답변했다.
한편 황 장관은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 년에 걸친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내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며 "영어 학자나 전문가로서 영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 절대평가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3년 예고를 하더라도 덜컥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면 큰 충격이 될 수 있어 중간단계를 어떻게 만들지 절대평가로 연착륙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