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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 월드컵과 우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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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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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비유하는 많은 이미지들이 있다. 스포츠도 인생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그림을 제공한다. 어떤 이들은 등산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요트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높은 산, 거친 바다에 몸을 던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어떤 이들은 보다 정(靜)적이어서 바둑에서 인생에 숨겨진 수많은 묘수를 찾아내고 무릎을 치기도 한다. 바둑의 세계는 그러나 그 어느 경기보다 역동적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끝났다. 아프리카와 우리나라의 시차 때문에 밤잠이나 때로 새벽잠을 설쳐가며 경기를 보기도 했다. 자평하자면 일종의 중독이요 몰입, 다른 한편에서는 도피요 대리만족이었다. 우리나라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식구들,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응원하면서 느끼는 그 일체감이란 한국사 특강 수백 시간을 능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언제 우리가 그렇게 부둥켜안고 조국과 민족, 너와 내가 한민족이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가. 응원문화로 인해 어쩌면 우리에게 월드컵은 이미 중독이 된 것은 아닌가.

최고의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으로 펼치는 승부는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몰입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경기 흐름과 전술, 매 경기마다 펼쳐지는 경기 자체는 인생의 비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비단 보따리였다.

월드컵이 그런데 왜 도피가 되었던가. 경기는 때로 부당한 반칙과 오심 때문에 스포츠의 명예를 얼룩지게 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정치판에서 들려오는 불협화음보다는 감내하기 쉬웠다. 한 쪽이 순간에 벌어지는 인간적인 실수라고 한다면 다른 한 쪽은 고의적이고 인위적이며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음해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은 그렇게 우리에게 도피처요 대리만족으로 떠올랐다. 국민의 주권을 대행하는 정치인들이여, 수아레스처럼 제발 제발 고의적으로 반칙하지 마시고 멋진 패스와 팀웍으로 우승을 이뤄낸 스페인 선수들 조금이라도 본받으신다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빛나지 않겠나이까. 감히 여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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