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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하는 들꽃 여행 (163)

 

한국 최초의 꽃사진만을 목적으로 모인 모임은 아마도 한국꽃사진회라고 생각된다. 92년도에 필자가 입회했을 때 이미 30여 명의 회원이 매주 화요일 저녁에 한 주간 동안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나누어 보며 평가를 받기도 하며 실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지금쯤 어디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공휴일엔 버스를 대절하여 출사를 나가기도 하였다. 필자도 이 모임에서 꽃사진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회원들 중에는 매우 활동적이어서 자주 높은 산을 찾기도 하고 멀리 제주도까지 다녀오는 이들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억새가 가득 피어 가을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가 산굼부리 분화구다. 어느 해 가을에 한 회원이 이곳을 다녀오면서 사진에 담아와 처음 보고 알게 된 들꽃이 야고다.

야고는 억새밭에 나는 1년생 기생 식물이다. 줄기가 짧아 땅위로는 거의 나오지 않고 땅위에 보이는 것은 꽃자루로 10~20cm 길이의 꽃자루 끝에 연한 홍자색의 꽃이 하나씩 옆을 향하여 달린다. 얼핏 란꽃처럼 보인다. 억새에 기생하는 식물이지만 억새가 있는 곳에서라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라 9월 쯤 제주도의 한라산 남쪽의 억새밭에서라야만 볼 수 있는 귀한 꽃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이면서 야고가 자라는 곳이 산굼부리다. 필자로서는 이 꽃 하나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그런 꽃도 있거니… 하며 지내왔다.

이런 귀한 꽃을 서울에서 쉽게 만나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쓰레기 매립장 위에 만들어진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은 가을이면 파란 하늘과 흰빛의 억새의 나부낌으로 서울 시민은 물론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 억새풀 속에서 야고가 꽃을 피우는 것이다. 필자도 2년 전에, 그리고 올해에 이곳을 찾아 야고 꽃을 사진에 담아왔다.

제주에서만 자라던 야고가 어떻게 서울 하늘공원에서 자라게 되었을까? 까닭인즉 하늘공원의 억새가 제주에서 시집온 것인데, 야고도 함께 따라온 것이란다. 11월에 씨가 영근다는데 이 씨를 받아와 필자의 집 옆의 억새 사이에 뿌려보리라 욕심을 부려본다.

독자들도 한 번 이 가을에 시간을 내어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을 찾아 야고를 만나보면 어떨지? 지하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려 발품을 좀 팔면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서 억새의 아래쪽 뿌리 근처를 살펴보아야 야고를 만날 수 있다.

꽃의 생김이 옛날 할아버지들이 피우던 담뱃대를 닮았고 억새에 기생하며 자라기에 담배대더부살이라고도 부르는데 그럴 듯한 이름이다. 가을이면 억새와 공생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야고, 보면 볼수록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신 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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