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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과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기반 위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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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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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과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기반 위에서 시작됩니다

‘우산 잘 챙겨’ ‘점심은 먹었나?’

남편으로부터 온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보고 아내는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고 합니다. 얼마 전 상담소를 찾은 60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노라고 화를 내는 아내를 설득해 상담소를 찾았다는 남편은 말이 없습니다. ‘예’ ‘아니오’ 정도의 짧은 답변뿐이고 상황 설명은 모두 아내의 몫입니다. 아내가 말을 하면 남편은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어떻게 아내를 설득해 상담소까지 왔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상하게 아내를 챙기는 남편의 문자 메시지에 화가 나 전화기를 던졌다는 아내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내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부부는 아직까지 모두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성실하게 살아온 덕에 상당한 가계부채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자녀 둘을 혼인시키면서 또 적지 않은 부채를 갖게 되었지만, 아내는 두 사람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으므로 상황에 대해 낙관적입니다. 현재 경제적으로 썩 넉넉하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남편은 부채 때문에 불안하여 아내가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합니다. 아내는 그것이 불만입니다.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스럽고, 조금 편안하게 살면서 빚도 갚을 수 있다는 자신도 있기 때문에 남편이 자신의 생각대로 따라주었으면 좋겠지만, 남편은 그리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사건도 있습니다. 얼마 전 시집 모임에서 남편의 형제들이 이들 부부가 인색하다며 아내에게 공격을 했는데, 그 때 남편은 모른 척으로 일관했고 집에 돌아와 화를 내는 아내를 보며 위로하거나 대화를 통해 이해를 구하는 대신 ‘당신이 시집에 한 게 뭐가 있나?’라며 상황을 끝내 버렸던 것입니다. 이후 아내는 한 달이 넘도록 남편과 다른 방을 쓰며 식사도 챙기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보내온 남편의 문자 메시지는 오히려 아내의 불붙는 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던 것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 사회 많은 부부들이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십년, 삼십년을 함께 살아도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실제 상대방의 생각이나 관점보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이런 부분은 대체로 남편들이 훨씬 심합니다. 아내도 자식도 실제 모습을 알려고 하기보다 ‘내가 보는’ 혹은 ‘내가 생각하는’에 초점을 맞추어 매사를 결정하고 행동합니다. 대다수의 아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네가 시집와서 한 게 뭐가 있나?’ 또는 ‘네가 결혼해서 시집에 해준 것이 무엇이냐?’라는 말을 쉽게 하는 남편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지요.


오늘 날 오십 대 이상 남편들의 경우를 보면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정, 가족구성원에 대한 경험 없이 가부장제 관습 아래 성장하여 자신이 ‘가부장’이 된 어느 날, 돌아보니 우리 사회에서 가부장제는 시효가 만료되어 버렸습니다. 그리하다 보니 심각한 경우 피해의식만 남아있는 경우들이 있고 때로 이러한 모습은 현재 이십대나 삼십대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 관습의 용도 폐기, 여성인권의 신장,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를 이들은 엉뚱하게 역차별로 잘못 인식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로 논란이 되었던 ‘남성연대’도 이러한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진정한 소통과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소통하고 대화하기 위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해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도록 또 노력해야 합니다. 여름휴가나 설, 추석처럼 이름 붙은 날들이 지나면 상담소의 대기실이 내담자들로 가득 찹니다. 가족들이 얼굴을 맞대고 지낸 날이 길어지면서 서로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불만과 갈등이 증폭된 결과입니다. 항상 안타까운 현실이라 생각하며 이러한 현상을 보며 몸과 마음을 편히 쉬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한층 가까워지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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