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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물러갈지어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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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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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딸> 논쟁 유감...

 

최근 <목사의 딸>이라는 책이 기독교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여러 방면의 논란, 논쟁이 거듭되었지만 정작 문제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인지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목사의 딸로서 오십 넘는 인생을 살아오며,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책에 주인공이 되는 목사님은 한국 보수교계에 존경받는 신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소천하셨지만 지금도 그 명성을 안고 계신 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목사의 딸로 아버지의 인생 한 단면을 소개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칭송, 찬양, 아니면 긍정적인 면에 치우치기 쉽다고 본다. 그러나 책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혈연관계를 떠나서, 한국의 “아버지”, 교계의 한 어른으로서 “아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아버지”에 해당하는 남자신앙인들, 교계의 어른들, 학계의 좌장급들의 개인적 삶, 영성은 어떠했을까. 조선 말기를 거쳐 개화기를 지나는 가운데, 봉건적 유교주의는 그 “아버지”들에게 전수되었고, 가부장주의는 남성이 지배하는 기독교계에 심층적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겉으로는 엄한 신앙인이지만 속으로는 유교주의에 견비할만한 율법주의가 몸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교회의 리더그룹인 “아버지”가 자칫 범하기 쉬한 바리새파적 신앙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충고이다.

그렇다. 한국 교계에 지금도 사그러들지 않는 여러 고질병적 현상은 목사의 딸인 그 목사가 지적한대로 가부장적 권위주의에서 기인하고 있다. 책은 제대로 읽어야 독서가 의미있어진다. 행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글자 자체에 매여있으면 성경도 문자주의적 해석의 오류에 빠질 수 있듯, 필자의 의도를 곡해하고 만다. 이 책은 한국 교계가 안고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비성경적, 비신앙적, 비인간적 위선을 고발하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하면 목사의 딸은 그야말로 아버지의 약점을 폭로하는 불효막급한 여인에 불과하다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독자들은 알고 있다. 이 책이 폭로하고 고발하고 경고하고, 급기야 개혁하기를 바라는 한국 교계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한 시대에 신처럼 군림했던 절대권위의 “아버지”를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부디 문자에 매여 왈가왈부 하지말고, 이심전심의 해법에 기대어 속뜻을 깨닫고, 갑각류의 겉옷처럼 굳어진 기독교계의 대동맥 등 큰 혈관, 모세혈관, 신경세포, 뉴런에 이르기까지 개혁에 개혁을 거듭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 많은 시대에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혁된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 (ecclesia reformata reform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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