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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물러갈지어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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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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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무더위가 번갈아 가다오니 슬슬 짜증아닌 짜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런 염려는 끝. 현명한 인생들은 그런 때를 대비하여 휴가를 고안해 내었다.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시원한 계곡으로 피서를 가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방콕’하여 냉목으로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인생에게 더위를 무난히 이겨낼 수 있게 지혜를 주신 주님을 찬양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영적 은혜이리라.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한다. 여행 가방을 꾸리느라 분주하신 성도님들께 감히 한 가지 권해드리기를 허락하신다면 그것은 영적 독서(Lectio Divina)이다. 일명 거룩한 독서라고도 하는 이 방법은 그야말로 휴가에서 보람과 의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묘책이다.

영적 독서는 책을 읽되 “온몸과 마음과 뜻을 다하여” 읽는다. 지금과 같이 속도의 전쟁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영적 독서는 한 자 한 자 뜻을 생각하며, 그 단어와 문장 속에 스며있는 배후의 세계로 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글자로 이루어진 광활한 태양계, 은하계로 떠나는 우주 여행에 비할 수 있다고나 할까. 신비의 의미 세계로 나아가는 모험이다. 어떤 의미를 만나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있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 “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구절을 읽었다고 가정하자. 또는 어떤 시집에서 “길”이란 시상으로 엮어진 시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그 “길”이란 단어를 통해 의식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휴가지까지 온 길은 어떠했는지. 그 길에서 혹 사고를 당할 뻔 했는데 무사히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혹 아무런 지장 없이 휴가지까지 잘 오게 되었는지. 그 길은 분명 주 하나님께서 친히 인도하신 길이 아니었을까. 구체적인 길에서 점점 나아가 길이란 단어는 인생의 길, 어제 오늘의 길, 그리고 내일의 길 등으로 확대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단어에 머물던 ‘길’이 섭리의 길, 계시의 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직관(Contemplation)이 시작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거대한 구속사적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이다. 섭리의 세계와 통하는 문이 열린다. 독서라는 이지적 행위는 영적 깨달음으로 전환된다. 영통(靈通)의 순간이 열리는 것이다. 영적 독서가 불러오는 은총의 차원이다.

삼차원적 수준에 머물던 인생, 욕망의 세계에서 경쟁에 시달린 인생, 이기주의로 팽배해지다 스스로 지치고 피곤해진 인생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섭리와 연결되어 은혜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 이 휴가철에 영적 독서를 권해보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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