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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 | 잠자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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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형래 소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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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래 소장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인천의 끝자락인 계양구 이화동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 한창 동네를 리모델링하고 있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2년 전 이사를 올 때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수 있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정서와 환경을 접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많이 있다.

아파트 뒤로 펼쳐진 들판을 보면서 농촌의 한 살이를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농촌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다소 불편하지만 나름대로 만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4학년인 큰 아들은 곤충을 좋아해서 곤충을 채집하고 연구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프라가 구축된 셈이다.

어느 날 퇴근 후 나와 큰 아들은 잠깐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1층 정원을 둘러보던 중 큰아들의 레이더에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가 포착되었다. 곤충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있어 그것은 비상상황이었다.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잠자리가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곧바로 거미줄로부터 잠자리를 구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드디어 잠자리는 거미줄로부터 구출되었고, 아들은 기력을 잃은 잠자리가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옆에 있는 나뭇가지에 올려놓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하였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나는 어젯밤에 구출한 잠자리가 멀리 날아갔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잠자리가 놓아졌던 나뭇가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잠자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제 저녁에 잠자리에 붙어 있던 거미줄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탓에 한 줄이 아직도 잠자리 몸에 붙어 있었다. 나는 나머지 한 줄을 다 떼에 내고 잠자리를 힘껏 공중으로 날렸다. 그런데 잠자리를 잠깐 날갯짓을 하더니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밤새도록 날기 위해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면서 이미 기력이 소진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떨어진 잠자리를 주워 다시 나뭇가지에 올려놓고 출근을 했다.

만약 어젯밤에 잠자리에게 도움을 줄 때 좀 더 세심했더라면 잠자리는 밤새 그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조금만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나도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에게 우리 기관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 분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심함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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