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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 |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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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형래 본부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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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래 본부장 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누님께서 김포 외곽에 살고 계신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가끔씩 그 곳에 들러 함께 식사도 하고 텃밭에서 기른 채소도 수확한다. 지역적 여건이 허락하여 집에서 개도 키우고 있는데 일명 ‘상근이’라 불리는 ‘그레이트 피레니즈’로 이름은 ‘곰치’다. 털이 복슬복슬하고 덩치도 커서 우리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우리 가족이 들르는 날이면 곰치는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이리저리 뛰면서 짖어대는데 그 모습이 그야말로 ‘천방지축’이다. 곰치는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강아지 때부터 봐왔는데 벌써 어른이 돼서 새끼를 갖게 되었다.

새끼를 가진 후부터 곰치는 예전의 그 ‘천방지축’이던 모습이 다소 수그러져 조신해 진 것을 보면서 역시 ‘엄마는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들이 다가가도 예전처럼 나대지 않고 그저 얼굴만 들어서 쳐다 볼 뿐 예전의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다. 이것이 엄마의 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얼마 후 곰치는 장장 9시간에 걸쳐 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8마리 모두 고루 건강하게 출산을 했다는데 이렇게 모든 새끼들이 고루 건강할 수 있다는 것도 흔치 않다고 한다. 새끼를 낳은 후 얼마 지나 새끼들의 털이 제법 돋아나 아주 예쁘다며 보러 오라고 해서 가게 되었다. 정말로 털이 몽실몽실한 새끼 8마리가 꾸물대면서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런 평화스러운 모습도 잠시뿐 젖을 빨고 있는 새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곰치가 벌떡 일어나 버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젖을 빨고 있던 새끼들은 우수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만다.

얼마가 지나 다시 누님 댁에 갔을 때 며칠 있으면 새끼들을 모두 분양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예쁜 새끼들이 어느 날 갑자가 모두 눈앞에서 사라지면 곰치가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을 했다. 새끼들을 분양하기로 한 날이 지나서 곰치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누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우리의 걱정은 한낱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알고 말았다. 새끼들을 모두 떠나보낸 곰치는 너무 홀가분해 하면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우리는 곰치에게 ‘철없는 엄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많은 위기가정이 발생하고, 생계를 위해 부득이하게 아이들과 눈물겨운 이별을 하는 안타까운 현장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가족들을 볼 때마다 속히 가정이 정상화되어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기를 기원하게 된다. 반면에 ‘즐기는 성(性)’만 있을 뿐 ‘생명의 성(性)’을 잊어버린 ‘철없는 엄마’들도 있다. 이 엄마에게는 이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겪게 될 심리적․경제적 어려움보다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했을까?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생명의 성(性)’이 회복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굳건해져서 ‘철없는(?) 엄마’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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