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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 인종차별을 통해 본 여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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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박미란 소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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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박미란 소장 인천여성의전화 부설가정폭력상담소장 지난 8월 26일 2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외국인노동인권운동협의회(외노협) 강당에서 ‘한국사회 성∙인종차별 토론회, 나 이제 할 말 있다’가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의 발단이 된 사건은 이렇다. 인도에서 온 남성이 한국인여성과 버스 안에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뒤쪽에 앉았던 박모씨가 “더러워, 너 더러워 이 개새끼야”, “Arab!”이라고 느닷없이 욕설을 퍼붓는다. 그리고 같이 있던 한국인여성에게는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라고하며 발로 차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인도인남성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반말을 하거나, 이 한국인남성이 경찰서에서까지 두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를 수수방관하였다.

우리가 인정하는 외국인이라는 것은 서구의 백인중심적이다. 한국인도 유색인종으로 차별받는 사례는 부지기수인데 이런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또 한국사회다. 당연하다는 생각일까. 또한 여기서 주의를 기울여서 봐야 할 것은 한국여성에게 행해진 모욕과 폭력이다. ‘국가=남성=가부장제=남성의 씨’로 연결되어 있는데, 한국남성이 외국인여성과 결혼하면 그것은 2세를 생각하여 철저히 그 여성과 2세는 한국 사람이 되어야하고 그래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여성이 외국인 그것도 유색인종과 결혼(아니 함께 있는 경우만 봐도)할 경우, 그 여성은 그 남성의 것이어서 그 나라로 가버렸으면 하는 대상이다. 국가의 순수함을 저버린 방종한 여성인 것이다. 이것이 차별이나 폭력의 법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개인차원의 모욕으로 다루어지는 것도 현주소다.

이것은 명백한 성차별, 폭력이다. 여성을 남성의 부수적인 존재로 착각하고 위치 짓는 위험하고 방자한 태도이다. 여성이 성폭력을 겪을 때 그 대상이 유색인종남성이면 그 사건은 더 심하게 다루어진다. 국내의 성폭력이 엄청난 숫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피해 여성이 아닌, 남성 대상에 초점 맞추어 이중의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진정 ‘성폭력’에 대한 성찰이 일어나지 않고 남성들 시각에 따라 만들어내는 힘의 논리인 것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자각으로 이어져서 남성 스스로 캠페인이 왜 일어나지 않는가?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내부에 뿌리박힌 순혈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야 하고, 그 순혈주의(=가부장제)가 누구의 것인지 사실 실체도 없는 허구임을 더 밝혀내야 한다. 이것을 얘기할 때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한층 더 올라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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