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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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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현 박사 조옥현 박사

최근 뉴스위크지 등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미네소타주에 있는 대초원 일대 서로 다른 두 곳에 각각 벌집을 배치하고 이들 벌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1,500가지가 넘는 독특한 춤 동작을 밝혀냈다. 꿀벌이 꽃의 위치와 종류를 동료에게 알리기 위해 비행 중 특정 방향 등으로 움직이며 꼬리를 흔들어 꼬리 춤을 춘다는 것이다. (일명 8자춤) 이들 벌들의 춤을 분석한 결과 거리, 좌회전, 우회전, 꽃밭의 방향이나 꽃가루의 가치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꿀벌들의 1,528개의 꼬리춤 동작을 분류함으로 의외로 복잡하고 미묘한 의사소통 체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얼핏 보면 곤충들은 꽃의 종()과 무관하게 인접한 꽃들을 이곳저곳 방문하여 꿀을 먹거나 수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하루 종일 동일한 종류의 꽃(아침에 처음으로 방문한 꽃)을 방문한다. 곤충들에게 이 같은 종충성(species loyalty)을 유도하는 요인은 식물의 수분과 짝짓기를 성사시키는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곤충학자들은 이들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장소충실성(site fidel-ity)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장소충실성을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곤충의 자발적 행동이 아니라 식물에 의해 유도된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껏 꿀을 생산하여 곤충에게 대접했는데 꽃가루 범벅이 된 곤충이 다른 꽃으로 날아가 버린다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이 번식에 성공하려면 꽃가루 뿐 만 아니라 씨앗도 배달 시켜야 한다. 온대 지방이나 열대 지방에서 가장 흔한 씨앗의 배달부는 새다. 식물과 새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면, 예를 들어 벚나무의 경우 벚나무는 번식기가 되면 벌의 눈에 잘 띄기 위해 흰색 꽃을 피운다. 그러나 빨간색 체리는 벌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한 것이다. 모든 식물은 열매가 익을 때까지 자신의 열매를 보호한다. 덜 익은 과일에는 독성 화합물이 가득 차 있어서 불쾌하거나 자극적인 맛이 나는데 이것은 씨가 여물기 전에 동물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완전히 익은 아키 열매는 맛이 좋아 중앙아메리카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덜 익은 아키 열매에는 고농도의 하이포글리신(hypoglycin)이 함유되어 있어서 잘못 먹었을 경우 저혈당 증세 즉 혼수상태, 경련, 섬망, 독성 간염, 급성 탈수, 쇼크 등이 발생한다고 한다. 식물의 씨앗을 운반하는 것은 동물 들 물고기 곤충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개미는 작은 과일을 먹는데 현장에서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개미집으로 운반한 다음 나중에 먹기 위해 식료품 저장소에 보관한다. 식물 입장에서 보면 씨앗이 멀리 떨어진 곳에 운반되기 때문에 매우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미는 식물의 가장 멋진 파트너 중 하나다. 특정 식물이 개미를 포섭하기 위해 씨앗에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기름방울을 붙여 놓는데 이것은 개미들에게 인기있는 영양식품이다. 개미들은 씨앗을 개미집으로 끌고가서 엘라이오솜만 먹고 씨앗은 그대로 방치하는데 축축하고 유기물이 풍부한 개미집의 환경이 씨앗이 발아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발달했고 적응능력이 뛰어나며 지능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식물은 우리와 다른 시스템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이들의 의사소통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고 정보 전달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식물을 생각할 때 움직이지 못하고 지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을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anima)이 없는 존재' 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들에 의하면 식물이 지각능력을 갖고 있으며 식물 서로 간에 또는 식물과 동물이 의사소통을 하고 잠을 자고, 기억을 하며 심지어 다른 종을 조종한다고 한다. 식물의 의사소통 및 사회화 시스템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식물을 이용하여 종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종 중에서 인간이 이해하는 것은 5~10% 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거기에서 95%의 의약품을 추출해 낸다. 식물은 모든 육상 환경을 지배하고 있으며 지구의 바이오매쓰(biomass)에서 99%를 차지하고 있다. 식물은 뛰어난 지능을 바탕으로 생명의 게임에서 인간을 무색하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인간들의 오만함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욕망하는 식물' 의 저자 마이클 폴란은 말한다. 식물의 시간이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더 천천히 흐르는 것도 인간의 인식을 가로막는 데 한 몫 한다고도 그는 말한다. 식물 속에 함유된 향내 나는 수많은 유기화합물들은 인간들의 정신, 심리 그리고 신체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얼어붙은 땅속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추운 겨울 잠시 성장을 멈춘 나뭇가지들 사이에 새움이 돋아나는 봄의 입구에서 매혹하는 식물들의 향연이 기대되는 계절이 다가왔다. 신선한 향기만으로도 우리의 영혼은 맑아질 것만 같은 봄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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