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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 예비된 영적 충일(充溢)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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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코로나와 루터 > - 종교개혁과 함께 하는 순례길 

 

 백신 후 여행이 가능?

 2021년도에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의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투여가 시작했다. 아직도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에서는 많은 확진자로 위기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역병에 강타 당해 방역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나라들이 서서히 재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최근 뉴스들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격리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동안 이년 가까이 몸이 묶이고 마음마저 위축된 생활을 해왔는데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니. 백신 접종증명서를 발부 받으면 격리시간 없이 여러 나라들을 다녀올 수 있다. 올 여름 휴가로 가까이 괌이나 사이판이 급부상하고 있다니 어리둥절하다. 코로나 공포로 격리하고 두려움에 떨며 지내던 시절이 소나기처럼 금방 지나간듯한 분위기. 우선 반갑고 희망찬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에서 생긴 후유증에서 치유 받고 활기찬 내일을 향해 가려면 무얼 해야 하는가?

 

 여행이라는 삶의 필요조건

 사람에게 중요한 먹고 입고 사는 의식주, 참으로 소중하다.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생존의 조건이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이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된다면 얼마나 단순한가. 그렇다. 인간에게는 마음이 있고 영혼이 있다. 인간에게 부여된 영적 조건이 의식주 못지않게 소중하다. 여기에서 역사도 형성되고 문명과 문화가 탄생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조건은 역시 교양과 인격, 그리고 품위 아니겠는가!

 

 사람에게 여행(Tour, Trip, Journey 등 단어에 따라 다양한 뉘앙스가 있음)은 삶을 보다 의미 있게 하는 기회이다. 여행을 통해 인간은 세계를 외적으로, 내적으로 확산한다. 지리적으로 지경을 넓히는 활동을 하는 가운데 수많은 경험을 한다. 이렇게 축적된 내적 체험은 문화가 되어 후대에 문화유산으로 전해진다. 여행은 인간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행위임에 틀림없다.

 

 성경에서 보자면 많은 역사가 여행과 연관 있다.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지방에서 유대 땅으로, 야곱은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의 마을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요셉이 유다지방에서 애굽으로 팔려가는 사연에 역시 여행모티브가 들어있다. 비록 비극적인 사연이지만. 모세의 경우도 애굽에서 사막으로, 다시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를 지나는 역사가 민족 단위의 장대한 집단여행이다. 예수님의 생애는 쉬지 않는 여행의 여정으로 이뤄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도행전은 그야말로 선교여행의 기록이 아닌가. 기독교문학의 대명사로 불리는 천로역정은 크리스찬이라는 사람의 여행기로 구성되어 있다.

 

 고전에 오르내리는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영웅들의 여행기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호걸과 여러 나라의 흥망성쇠의 배경에 끊임없는 전쟁과 관련된 여행이 들어있다. 신라의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은 확실한 종교적 여행기이다. 중세에는 수도승들이 각지에 있는 수도원을 순례하는 여행이 일종의 문화였다. 십자군 전쟁관련 이야기도 유럽에서 이스라엘로의 여행 소재가 들어있다. 잘 알려진 작품 걸리버 여행기는 제목에 여행이란 단어가 보인다. 조선시대에 윤선도, 정약전, 정약용 등이 집필한 많은 작품들은 유배라는 아픔으로 얼룩진, 그러나 승화된 여행의 체험이 들어있다.

 

 여행은 대중문화에서 환영받는 소재임에 틀림없다. 영화로 만들어진 현대의 고전, 반지의 제왕(톨킨), 나르니아 연대기(C.S.루이스)는 모험여행이라는 플롯으로 되어있다. 스타워즈는 우주를 누비는 광대한 모험여행이 배경이다. 비록 컴퓨터 그래픽과 세트장에서 촬영되기는 했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 그리고 루터순례길

 여행은 인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하겠다. 여행이 없다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지루하고 지겨웠을까. 여행은 정말 유익하다. 인간 내면을 위해서도 여행은 유익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순례길로 잘 알려졌는데 이 여행은 인생의 의미와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내적 여행이라 불리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긴 거리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백두대간 종주길, 동해안 해파랑길,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각 지역 단위로 둘레길이 만들어져 여행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여행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시점에서 흥미로운 순례길을 찾아보자. 독일의 루터순례길! 루터의 생존연대가 1483-1546이니 그의 이름을 딴 순례길은 1546년 이후가 될 것이다. 이때로부터 계산해도 루터순례길은 475년의 역사를 가진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루터순례길을 걸었을까.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걸으며 어떤 상념을 만났을까. 걷고 난 후에 어떤 변화를 느꼈을까......

 

 루터순례길의 주인공 루터는 누구인가? 루터가 다녀간 길을 그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길은 신앙 고백으로 가득 찬 길이었고, 또 어떤 길은 반대자들의 위협을 피해 도피하던 길이기도 했다. 루터순례길 중에서 많은 길은 종교개혁 정신을 배우기 원하던 이들을 방문하러 가던 길이었다. 그가 가던 길은 교회, 대학, 학교, 정부기관 등 다양한 곳으로 이어졌다. 그를 기다리던 이들은 목회자, 교수, 학생, 정부 관리, 귀족, 시민 등 종교개혁을 원하던 이들이었다. 이제 오백년 가까이 걸었던 그 길을 우리가 걸어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루터와 종교개혁의 도시들

 루터순례길은 독일 연방들 중 몇 지역을 지난다. 중심에 튀링겐 연방지역이 있다. 도시들로는 탄생지 아이스레벤(Eisleben), 수도원과 신학교가 있던 에어푸르트(Erfurt), 교수로 지내다 95개 조항 반박문을 내건 비텐베르크(Wittenberg), 피난처 및 성경 번역지 아이제나흐 바르트부르크성(Eisenach Wartburg) 등이 대표적이며 주변에 예나(Jena), 바이마르(Weimar), 라이프치히(Leipzig), 할레(Halle)가 있다. 당시 농민전쟁을 일으키며 루터와 논쟁을 벌인 토마스 뮌처의 도시 뮐하우젠(Muehlhausen)은 아이제나흐 북쪽으로 멀지 않다.

 

 루터의 종교개혁과 관련하여 주요 도시들이 있는데, 이는 공인된 루터순례길로부터 먼거리에 있다. 가톨릭의 부패상을 확연히 알게 된 로마(Rome), 카알 5세 황제 앞에서 신앙을 지킨 보름스(Worms), 스위스의 쯔빙글리가 참여한 가운데 교리논쟁으로 뜨거웠던 마부르크(Marburg), 신학 논쟁하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멜랑흐톤과 함께 신앙고백서를 발표한 아우그스부르크(Augsburg).

 

 근대와 현대 역사를 간직한 독일

 루터순례길과 루터의 도시들을 살펴보다 보면 독일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종종 비교되곤 했다. 2차 세계대전 후에 분단되고, 전쟁 참화 속에서 라인강의 기적으로 재건에 성공하고,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동독 사회주의 국가 몰락으로 통일의 위업을 이루었다. 부러운 것은 통일 부분이다. 우리는 아직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 과정에서 서독 교회와 크리스천의 노력, 그리고 동독 크리스천을 중심으로 한 기도회가 통일에 큰 기여를 했음을 잊어선 안된다.

 

 루터 종교개혁 이후 독일은 삼십년 전쟁이라는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1618-1648년 동안 지속된 크고 작은 대립과 분쟁은 독일을 크게 낙후하게 만들었다. 그후 계몽주의로 인해 신학은 자유주의 물결에 휩싸이게 되고 교회와 신앙은 고충을 겪게 되었다. 비스마르크라는 국무총리격 지도자를 통해 독일 연방들의 단합이 이뤄지고 점점 군국주의적 제도를 갖춰가던 중 1914-1918년 일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그 뒤 바이마르공화국으로 입헌적 정치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수많은 정당과 정쟁으로 결국 나치주의자들의 득세를 막지 못했다. 그 와중에서 히틀러가 급부상하게 되고 반인륜적 반유대주의를 표방한 나치정권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몰락한다. 이후 동독에는 소련군이, 서독에는 연합군(미국, 영국, 프랑스)이 주둔하므로 분단으로 가게 된다.

 

 

 루터순례길 플러스+플러스

 루터와 함께 걷는 루터순례길은 최소한 다섯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역사여행, 문화여행, 예술여행, 순례여행, 자아여행...

 

 루터의 종교개혁 뿐 아니라 연관된 지역과 문화 예술을 함께 체험한다. 그 지역이 독일에 있으니 자연히 독일 역사 문화를 함께 체험하게 된다. 독일 현대사를 통해 우리 시대를 돌아보는 기회도 되리라 믿는다.

종교개혁은 우리 시대에도 귀감이 되는데 교회 개혁 뿐 아니라, 신앙과 삶에 지표를 제공한다. 오백 년 전의 사건이라 무시할 수 없는,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한 교훈을 준다. 종교개혁은 독일에서 스위스(쯔빙글리), 프랑스(칼빈) 등지로 확산되면서 유럽과 세계사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 여행은 더불어 시간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하겠다. 종교개혁 정신을 통하여 우리는 종말의 시대에 어떻게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하는지 그 대안들을 찾게 될 것이다또한 순례길을 가는 동안 자신의 실존의 문제도 아울러 정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서서히 만회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나 기다렸던 일상으로의 복귀인가! 포스트코로나 시기를 맞이하는 준비로 루터순례길에 함께 동행 한다면 뜻 깊을 것이다. 주님이 예비하신 다양한 체험과 영성으로 내일을 맞이하는 여행이 되기를 소망해본다추태화 소장 (이레문화연구소/ 전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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