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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 궁정(宮庭)문화와 노블리스 오블리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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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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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군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란 속담은 참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말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꿰뚫는 이치가 들어있다니 생각할수록 그 지혜가 놀랍다. 이 속담은 수많은 학자들이 사유하고 분석한 시대사를 한 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촌철살인의 경구(警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지도자를 세우는 청문회에서 이 속담의 진의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평범한 사람들도 범(犯)하지 않는 일들을 지도자급 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범하고 있음이 밝혀졌으니 질서가 존경되고 법치가 제대로 실행될지 자못 의심스럽다. 혁명의 이름으로 성난 군중의 이름으로 몰락시킨 궁정문화였다. 그러나 그가 남긴 좋은 선례는 다시금 교훈으로 삼아야할 때이다.

프랑스 군주들이 왕권신수설을 앞세워 폭정을 자행하는데 까지 갔다면 독일은 조금 달랐다. 프로이센 궁정문화가 남긴 계몽군주라는 선례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프로이센 왕가는 루터의 종교개혁에 영향을 받아 진지한 신앙을 소유하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군인 왕으로 불렸는데 그는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하였다. 그는 성경을 묵상하고, 진지하게 예배를 드렸다. 궁정교회를 전담하는 목사와 교회 음악가를 두어 신앙을 지켰다. 그는 “군주는 국민의 종이다”란 유명한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프리드리히 1세는 통치자이자 철학가였다. 국정과 사색을 겸비한 왕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헤겔, 피히테 등과 같은 당대의 저명한 철학가들이 있어서 함께 심오한 문제를 토론하곤 했다. 프랑스 혁명과 같은 피의 혁명이 독일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계몽군주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 때문이었다. 오늘의 지도자 계층보다 수백 년 전의 계몽군주들이 더 지혜로와보이는 것은 왜 그럴까. 사색을 권하는 가을이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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