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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 교회의 새해가 11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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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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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고 낙엽이 ‘망명 정부의 낡은 지폐’처럼 거리에 흩날릴 즈음, 독일은 다시 분주해진다. 릴케의 시어는 이렇게 노래한다. 지난여름은 위대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햇볕을 주시어 마지막 포도송이에 단맛이 들게 해주십시오... 그것은 황혼을 맞이한 가을에서 외치는 절규였다. 찬바람이 서서히 밀어닥치는 가을 끝자락, 두 시인은 기도할 것인지, 실존을 절규할 것인지 우리의 내면에 속삭인다. 릴케와 김현승이 그들이다.

11월 22일은 그런 가을의 끝자락에 있던 주일이었다. 이날은 교회 절기상 한해의 마지막 주일이었다. 뮌헨 한 가운데 성 마태교회에 갔다. 예배 도중 올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있었다. 성도 대표가 나와 하늘나라에 먼저 간 성도들의 이름을 호명하면 또 다른 성도가 이름에 맞춰 초에 불을 붙인다. 먼저 가신 분들은 약 30명 되는 것 같았다. 그 다음 사회자가 “하나님께 촛불을, 세상을 위한 촛불을 드립시다”고 하자 회중들이 일어나 강대상 앞쪽에 놓인 탁자 위 작은 촛불에 하나씩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하나님의 자비와 인도와 감사를 중심으로 함께 기도하였다.

이렇게 한해를 마감한 교회는 이제 다시 조용한 가운데 손길을 바쁘게 움직인다. 다음 주일 11월 29일은 교회 절기로 한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아기로 오신 성탄을 준비하는 4주간의 대강절(Advent)이 시작된다. 다음 주일은 교회력으로 대강절 첫째 주일로서 새로운 한해를 출발하는 기점이다. 거리는 벌써 성탄 장식을 마쳐가고 있다. 시내 보행자거리에는 성탄 상점들이 모두 조립되어있다. 개점은 오는 토요일에 한다. 공식 점등식과 함께 대강절을 시작하는 것이다. 저녁이 되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알록달록한 조명등이 켜지고, 성탄 장식이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린다. 추위로 여민 옷깃 사이에 속삭인다. 이제 마음 속깊이 내려가세요. 그리고 은총을 맞이할 준비하세요. 구원의 주님이 곧 오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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