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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 인간의 대지에 희망의 횃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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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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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교회는 대강절로 한 해를 시작한다. 성탄절 4주 전부터 시작되는 대강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으로 오신 성육신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성탄절 4주 전에는 촛불을 하나 켠다. 3주 전에는 두 개의 촛불을 밝힌다. 2주 전에는 3개의 촛불을 켠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개의 초에 불을 붙이면서 성탄절을 맞는 것이다.

대강절 장식은 교회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시민들이 모이는 도심에서 다양하게 꾸며진다. 가정에서는 먼저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의 푸른 가지로 장식한 4개의 초를 준비하고, 한주 한주 마음을 다해 초를 켠다. 지금은 두 번째 대강절에 들어섰으니 두 개의 초를 밝힌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침엽수의 가지는 생명을 상징한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삭막한 대지에서 고개를 떨구지 않고 푸른 가지를 나부끼는 나무들은 생명의 약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초는 어둠을 밝히는 생명체를 의미한다. 더구나 자신을 녹이고 태우는 촛불은 희생적 발광(發光)의 절정을 상징한다. 기독교인들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고 하신 그리스도 예수의 말씀을 촛불에서 그 유비를 발견했다. 가정마다, 교회마다, 거리마다 밝혀진 작은 촛불은 자칫하면 인생고에 마냥 시달릴 뻔한 인간의 대지에 횃불처럼 피어올랐다.

거리에는 대강절 시장이 선다. 대강절 시작과 함께 열리는 시장은 특히 성탄절과 관련이 깊다. 이를 문자대로 번역하자면 “아기예수시장”(Christkindlmarkt)이라고 부른다. 보행자전용거리에 작은 상점을 마련하고, 성탄절 준비에 필요한 다양한 장식을 내다 판다. 물론 소시지도 있고 대강절에 먹는 특별한 케이크도 있다. 거기에 추위를 날려주는 따끈하고 화끈한 음료도 있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삼삼오오 그렇게 상점 앞에 모여 즐겁게 대강절을 보낸다.

대강절 장식의 중심은 그러나 아기예수의 탄생을 보여주는 초막이다. 분주한 거리에 조용히 신적 드라마를 보여준다. 낮은 자리에 오신 지극히 높으신 왕의 탄생을 말없이 극화한 초막이다. 소요 속 절망에 소망의 횃불을 붙이신 구원자의 초라하신 탄생을 맞이하라는 웅장한 전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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