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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 저출산 대책과 낙태방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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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박미란 부회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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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6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저출산 종합대책으로 불법 낙태 단속을 검토하고 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있었다.

최근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낙태 근절 캠페인’을 선포하며 낙태 시술 병원을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

11월 25일 오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출산과 육아 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보육 지원을 삭감했고 2010년까지 2700개의 국공립 보육시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필요한 예산은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다.

2월 3일 오전,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병원 세 곳을 고발조치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이런 행보는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절박함과 위급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며 여성을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 및 재생산권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여성의 몸과 자율권을 통제하려는 반인권적인 발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낙태에 관련한 이야기가 저출산 대책에서 나왔다는 것이 너무나 단순하고 가벼운 철학을 느끼게 할 뿐이다. 게다가 ‘단속’이라는 제재로 나타난다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낙태를 누구의 잘못이라고 즉 임신한 여자의 잘못, 같이 성교한 남자의 잘못, 낙태를 한 병원의 잘못이라고 희생양을 잡아서 매도하는 시선을 넘어서서 정말로 이 사회가 생명(인간만이 아닌)을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함이 있느냐를 묻고 싶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낙태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국가가 1960년대 인구조절계획으로 여성에게 낙태를 장려했던 역사와 다르지 않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성을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 및 재생산권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국가발전과 유지를 위한 출산의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생명존중이 성숙되어서 나온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생명존중이라면 이런 형태, 단속의 형태는 아니어야 하며 현재 삶을 사는 생명과 태어나는 생명, 이 땅에 숨 쉬고 있는 생명(육고기를 먹기 위한 사육 등)에 대한 철학이 깊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단순히 낙태를 찬성하냐 반대하냐 논리로 접근하여 단속하는 방안을 가져간다면 싸움만 계속될 뿐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저출산 종합대책에 포함된 낙태방지정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저출산이 낙태 방지 정책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정부가 여성의 몸의 권리를 인구정책에 따라 멋대로 다루려는 역사를 계속하는 한, 낙태문제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며 출산율도 높아질 리 없다.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선택하는 낙태를 줄이겠다는 의미의 낙태방지정책은 이번에 제시한 저출산 종합대책의 기조, 즉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기조와도 상충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국제회의에서 정의되고 강조된 바 있는 여성의 재생산권-성과 임신, 출산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개인의 기본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하고자 하는 여성은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는 낙태 방지 정책을 즉시 철회하고, 낙태권을 포함한 재생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 구조적 조건들을 바꿔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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