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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 | 명절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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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형래 본부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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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은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었다. 모두 7남매인 우리 가족은 6남매가 수도권에 살고 있는 관계로 고향에 가는 대신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역귀성을 하셨다. 고향에 오고 가는 번거로움은 없어서 편해지긴 했으나 명절 때나 만날 수 있는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고 ‘설 명절’ 고향정취를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설날 아침, 아이들은 어떤 명절보다도 더 큰 기대감을 가지고 그 아침을 맞는다. 여러 아이들이 쭉 늘어서 어머니께 ‘세배’를 하고, 어머니께서는 그에 대한 ‘답례’로 그 동안 모아 두신 ‘쌈짓돈’을 듬뿍 베푸심으로써 아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신다. 그렇게 아이들의 ‘세배’가 끝이 나면 우리 가족들은 서로 동그랗게 둘러 모여 서로 ‘세배’를 하면서 덕담을 주고받는다. 이런 설날 아침 정경을 보면서 필자는 ‘가족’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따뜻함’과 ‘소중함’을 새삼 느끼면서 어린 시절 고향에 있을 때 명절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미혼이었던 필자의 두 형님과 누님은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명절 때가 되면 다른 가족들처럼 몇 시간씩 걸려 고향에 내려 왔다. 우리 집에서도 여느 집처럼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면서 서울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곤 했다. 필자는 평소에 먹지 못하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았지만 뭔가 선물을 사 들고 서울에서 내려 올 형님과 누님을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그 날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해 두 형님과 누님으로부터 기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그 해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오지 못할 것이라는 연락이 왔다. 그 말은 들은 어머니께서는 ‘기차표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하나도 서운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 명절 잘 보내라’며 전화를 끊으셨지만 서운하신 표정이 역력했다. 물론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필자 그리고 여동생들을 포함한 모든 가족들의 서운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맞이한 명절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즐겁지 않았고, 생기 없이 그냥 그렇게 ‘맥없는’ 명절이 되어 버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명절의 설레임은 ‘막연한’ 설레임이 아니라 평소 만나지 못하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다림’이 함께 있는 설레임이다. 특히, 평소 부득이한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기다림은 더욱 절실하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명절 때 자녀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느 어르신에 관한 신문기사는 이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요즘 명절풍속을 보면 가족이나 친지들을 만나는 대신 해외여행 등 자신만의 시간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렇듯 가족과 친척이 있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평소 홀로 살아가고 계시는 독거 어르신들, 부모의 보살핌 없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소년소녀가정 아이들은 가족이나 친척 등 누군가를 절실히 기다리면서 ‘설날’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들의 ‘기다림’이 ‘만남’으로 결실을 맺었을지, 아니면 ‘끝없는 기다림’으로 막을 내렸을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들의 기다림이 ‘끝없는 기다림’으로 막을 내렸다면 다음 명절에는 그들의 기다림이 ‘만남’이라는 큰 선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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