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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 문화의 피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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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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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성장하다 소멸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문화는 생산되고 쉼 없이 소비된다. 문화는 사람이 만들지만 거꾸로 사람은 문화로 인해 만들어진다. 문화의 순환은 그러므로 사람을 생동감 있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최근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상식 이하의 장면들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남편과 아내 사이에 벌어지는 불륜의 연속, 정상적인 관계를 비웃는 듯한 삼각관계 등은 드라마 소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소위 막장 드라마가 판치고 있어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들은 연속극 자체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무슨 피곤의 악순환이란 말인가.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일상의 긴장을 풀고 감정의 재충전을 받으려 하는데 오히려 팽팽한 긴장과 염려 속에 빨려 들어간다.

성경은 문화의 이런 면을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전 1:8). 드라마를 예로 들자면 눈앞에 전개되는 연속극은 자극적이지 않을 수 없다. 서로 경쟁하여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미디어 속성상 점점 더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돌진한다. 그러니 시청자들의 눈과 귀는 어느새 마비되기 시작하여 웬만한 충격적인 소재에도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또한 자극의 악순환 되고 있는 현상이다.

문화는 분명 사람이 만들지만 이제는 그 문화 때문에 사람들이 피곤하다. 이제는 사람도 피곤하고 문화도 피곤하다. 욕망의 무한대는 결국 사람과 문화 모두를 동시에 피곤하게 하고 파괴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극도, 충격도 너무 지나치면 피곤이 누적되게 된다. 그리고 무감각해지게 된다. 그러니 문화가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문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야말로 문화도 살리고 사람도 사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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