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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 | 해오라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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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철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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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오라비난

여름철 숲 속이나 습지에서 만나게 되는 꽃들 중에는 난초류의 꽃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하늘을 나는 새나 곤충의 이름을 붙인 것들이 여럿 있다. 오늘 만나는 해오라비난이 그렇고 이 밖에도 제비란, 갈매기란, 방울새란, 나비난초, 잠자리난초 등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그 꽃 모양이 하늘을 나는 새나 곤충을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들이다. 이들 중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해오라비난이다. 해오라비난은 7~8월에 해오라비가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순백색의 꽃을 피운다. 해오라비난을 보고 있으면 이건 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한 마리 새, 흰 깃털의 양 날개를 펴고 한 쌍의 해오라비가 사랑 춤을 추고 있다. 이보다 순결함이 어디에 있겠는가?

해오라비난은 경상도 거창에서는 황새난초라 불린다고 한다. 그 황새난초에 얽힌 이야기이다. 옛날 거창 땅 어느 마을에 아름다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강 건너 마을에 사랑하는 총각이 있었다. 그 둘은 너무나 서로를 사랑하여 하루라도 만나지 못하면 서로 보고싶어 못 견딜 지경이었다. 어느날 강을 사이에 둔 사랑하던 처녀, 총각이 서로 만나기 위해 비로 불어난 강을 건너다 물 살에 떠내려간 후 강가에 피어난 꽃이 마치 강물 위를 나는 황새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해오라비난은 양지바른 습지에서 자생하는 다년초인데 지금은 멸종 위기의 희귀 식물로 보호식물로 지정돼 있다. 내가 야생의 해오라비난을 처음 만난 것은 20여년 전, 한국꽃사진회에 처음 출석했을 즈음에 수원 칠보산 자락의 사사리라고 하는 곳에서였다. 거기 양지바른 습지에 해오라비난이 하얗게 무리지어 피어난 모습이 마치 해오라비들의 군무를 보는 것 같았다. 해오라비난의 꽃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순백의 고고함과 사뿐히 하늘을 나는 듯한 맵시에 넋을 잃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도 이 꽃을 피어나게 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아하셨을 것이리라.

20여년 전만 해도 군락을 이룬 곳이 있었으나 지금은 야생 상태에서 만나기 어려운 꽃이 되었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하였던가? 그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에서는 거의 만나기 힘든 꽃이 되었다. 그러나 금년에도 의정부의 모처에서, 경기도 북부의 한 산의 샘물 근처에서 자생의 해오라비난을 만나 사진에 담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저들의 자손들이 번성하기를 기도한다(장소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해오라비난의 보호를 위해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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