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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슬픈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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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형래 본부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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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숨바꼭질을 하기에 적당한 날은 달이 너무 휘영청 밝은 날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캄캄한 날도 아닌 적당히 어두컴컴한 날이 제격이다. 달이 어스름한 저녁 날 친구들이 모여 술래를 정하고 모두들 자기만의 아지트(?)를 찾아 열심히 몸을 숨긴다. 모두가 열심히 숨고 나면 술래는 숨은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볏단 뒤에 숨은 친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외양간에 숨은 친구는 혹여 소가 인기척에 놀라 울기라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 한다. 잠시 후 술래는 귀신같이 친구들이 숨어 있는 곳을 알아내서는 친구들을 찾아내고 만다. 혹여 아주 은밀한 아지트(?)에 숨은 친구들을 술래가 찾지 못하면 도리어 숨어 있는 친구가 안달이 나서 스스로 나와 버리는 경우도 있다. 술래가 숨은 친구를 찾을 때마다 한 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즐거운 함박웃음과 함께 술래잡기는 계속 된다. 이 숨바꼭질은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즐거운 숨바꼭질이 있는가 하면 ‘슬픈 숨바꼭질’도 있다. 술래가 숨은(?) 아이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고, 숨어(?) 있는 친구도 술래가 자신을 찾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술래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숨바꼭질이 그것이다. 이 숨바꼭질은 바로 ‘실종’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약 15,000명의 아동이 실종되었으며 그 중 약 99%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180여명은 실종 후 48시간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아 장기미아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실종’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함을 알 수 있다. 아이가 실종되면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아이를 찾아 나선다. 다행히 아이를 쉽게 찾으면 그 가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다짐을 하면서 사건은 종료가 된다. 그러나 아이를 찾지 못하는 가족들은 어디선가 아이가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직접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 아이 모습이 담긴 전단지를 인쇄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부착하고 나눠 준다. 이 모습은 특별한 부모의 모습이 아니라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생업을 챙길 여력이 없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눈에 아른거리는 아이를 찾는 문제가 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면서 가정은 점점 피폐해져 가고 더 심한 경우에는 가정불화로 인해 이혼까지 이르러 가정이 파탄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실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심화가 되는 것이다.

아동 실종사건의 상당수가 초등학생들에게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쁜 짓을 하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쁜 어른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실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절대로 따라 가지 말라’는 것은 물론 길을 잃어 버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행동수칙 등을 알려 주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심리학에 ‘통제감 착각’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긍정적인 사건들은 남들에 비해 자기에서 더 많이 일어날 것이고, 불행한 사건들은 남들에 비해 자신에게 더 적게 일어나거나 자신을 피해 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착각을 말한다. ‘유괴나 실종’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관계없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 또한 ‘통제감 착각’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 아동 자신의 자기보호 능력을 키워 주고, 부모의 자녀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며, 지역사회의 상호적 보호능력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슬픈 숨바꼭질’이 생기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가족과 사회의 안전한 품에서 한 그루 아름다운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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