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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 | 동강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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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철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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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지난 호에 만났던 할미꽃 외에 분홍할미꽃과 동강할미꽃이 핀다. 분홍할미꽃은 백두산의 식물로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다. 내가 분홍할미꽃을 만난 것은 백두산에서가 아니었다. 10여년전 꽃 사진을 촬영하러 백두산에 갔던 어느 분이 목사님은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씨를 받아 왔다 하며 씨를 건네주었다. 그날로 서점에 달려가서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져서 할미꽃 발아법을 배워 그대로 하였더니 수백 개가 넘게 발아가 되었다. 교회에 몇 포기를 심고 나머지는 종로 5가에서 들꽃을 파는 노점상인과, 양평과 용문의 어느 들꽃 농장에 거저 주었다. 아마 많은 후손을 퍼뜨렸으리라. 교회에 심은 것이 다음 해 꽃을 피워 솜털로 뒤덮힌 연분홍 꽃의 아름다움이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오늘 만나는 동강할미꽃은 흔한 꽃이 아니다. 흙이라곤 먼지 정도가 있을까? 의심되는 정선 동강의 석회암 바위 벼랑에 뿌리를 박고 해마다 봄이면 꽃을 피운다. 여느 할미꽃이 고개를 숙이고 피는 데 비해 동강할미꽃은 하늘을 향해 꼿꼿이 머리를 들고 꽃을 피운다. 동강이라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라 몇 군데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의 특산 식물이다. 꽃이 피는 장소가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사진좀 찍노라 하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몰려들다보니 훼손되기 마련, 심지어 연장을 이용해 돌을 쪼아내고 캐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침내 마을 사람들이 동강할미꽃 보존회를 조직하고 지킴이로 나섰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4대강 파헤치기로 우리 특산식물 중 하나인 단양쑥부쟁이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동강할미꽃도 댐 건설로 수몰되어 사라질뻔한 위기를 맞았던 꽃이다. 당시 동강댐 건설로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동강댐 수몰로 인하여 동강에서만 볼 수 있는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게 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반대에 부딪혀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그 때 동강댐 반대의 유인물 표지 모델로 등장하여 유명세를 탄 것이 동강할미꽃이다. 동강할미꽃은 그 사는 장소와 꽃의 모양과 색깔 등 자랑할 만한 우리꽃이다. 하나님은 바위 틈에서도 꽃을 피우시는 과연 창조주이시다!

신종철 / 환경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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