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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 | 산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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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철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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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엔 전국에서 작약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나이 든 사람들은 작약이라는 이름 보다 함박꽃이라고 하면 ‘아아 그거’ 하고 반가워할 것이다. 그 꽃 모양이 크고 풍부함이 함지박처럼 넉넉하다고 하여 함박꽃이라고 불렸다고 하던가.

그리스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옛날에 페온이라는 공주가 이웃 나라의 왕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왕자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나아가야 했다. 왕자는 ‘꼭 돌아올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났고, 공주는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왕자를 기다렸다. 전쟁이 끝나자 전쟁터에 나갔던 사람들이 거의 돌아왔지만 왕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 해가 지나고 어느 날 창문 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소경 악사가 부르는 아주 구슬픈 노래였다. “공주를 그리워하던 왕자는 죽어서 모란꽃이 되었다네. 그리고 머나먼 땅에서 슬프게 살고 있다네” 공주는 소경이 부르던 노래 속에 나오는 나라를 찾아갔다. 과연 모란꽃이 있었다. 공주는 그 곁에서 열심히 기도를 했다. “다시는 사랑하는 왕자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해 주소서.” 공주의 정성은 신들을 감동시켰다. 결국 공주는 모란꽃 옆에서 탐스런 작약꽃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래서인가 모란이 지고 나면 뒤를 이어 작약이 피어난다. 작약을 영어로 전설 속 공주의 이름인 Peony라고 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인가 보다.

옛부터 우리네 뜰에서 가꾸어온 작약은 강렬한 적색이거나 분홍색, 혹은 흰색의 겹꽃인데 비하여 오늘 만나게 되는 산작약은 흰색의 홑꽃이다. 드물게 분홍색의 꽃도 있다. 일반의 작약이 꽃을 보기 위해 또는 그 뿌리를 약으로 이용하기 위해 재배하는 것과 달리 산작약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 깊은 산속의 수풀 밑 기름진 곳에서 절로 자란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나 약초 캐는 사람들의 손에 분별없이 뽑혀 그 개체 수가 날로 줄어들고 있어 환경부에서 보호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식물이다.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개체 수를 늘려나가는 노력이 아쉽다. 이런 귀한 꽃을 우연한 기회에 강원 용대리 숲에서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산작약은 꽃을 활짝 피지 못하고 반 정도 벌어진 상태에 머문다. 대여섯개의 꽃잎은 가운데에 있는 꽃술을 향하여 조심스럽게 오므리고 귀한 보물을 곱게 감싸듯 매무시를 흩트리지 않는다. 너무 오므려도 벌 나비가 깃들지 못할까봐 너울같은 꽃잎을 살며시 열고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헤프지 않은 자태가 우리 옛 여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무척 정겹다. 순백의 순결함과 수줍은 듯 미소짓는 아름다움이 산작약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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