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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수박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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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철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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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풀
산에만 들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들판의 풀밭이나 논, 저수지나 못, 논두렁이나 밭두렁, 때로는 농촌의 집터 주변의 풀밭에서도 들꽃을 만날 수 있다. 6. 25 당시 나는 서울에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전쟁이 난지 사흘 만에 서울은 인민군에게 점령당했지만 공습이 잦았기 때문에 나는 동생들과 함께 파주의 할아버지 댁으로 피난을 가 있었다. 시골에 있는 동안 나 보다 세 살 위인 삼촌을 따라 꼴을 베러 다니기도 했고, 족대 그물을 들고 웅덩이의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논, 밭두렁에 절로 피어 있는 들꽃들을 많이 보았다. 그때 밭두렁에서 보았던 들꽃으로 지금껏 기억나는 것이 수박풀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지만, 풀잎이 수박덩굴의 잎 같으면서 꽃은 연노랑색의 작은 무궁화처럼 생긴 모습이 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어디에 가면 이 들꽃과의 재회를 할 수 있을까?

꽤나 더운 여름날이었다. 카메라를 챙겨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계양산 너머 목상리를 찾았다. 거기에는 소를 먹이느라 풀밭이 많이 있었는데,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었다. 도로 건설로 집들이 헐려 빈 터로 남아 있었다. ‘개 눈에는 ×만 보인다’고 했던가? 거기 재회를 고대하던 수박풀이 8월의 폭염과 메마른 땅에서 키가 자라지 못해 한 뼘 정도의 키에 꽃은 시들어 있었다. 그러나 반가웠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기도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재회를 기다렸더니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 주셨나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아마도 헐린 집의 마당 귀퉁이이었음직한 곳에 두 포기가 더 있었다. 그냥 두면 공사 차량의 흙더미에 살아질 것이 뻔하였다. 마침 페트병이 있어서 주변 웅덩이서 물을 떠다가 수박풀 뿌리에 붓고, 할 수 있는 대로 흙을 붙여서 교회에 가지고 와서 심었다. 제발 살아달라고 마음으로 기도했다. 다행히 잘 살아서 꽃을 피우더니 씨를 맺었다. 이것을 잘 받아서 이듬해 뿌렸더니 식구가 늘었다. 지금까지 가을에 씨를 받아 봄에 뿌려 생명을 이어주고 있다.

그 후 1999년 연평해전이 있던 해 여름 군부대를 위문하기 위해 백령도를 찾았다. 숙소에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를 걸으며 보니 콩밭에 난 잡초가 다 수박풀이었다. 오후에 버스를 타고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데 창 밖으로 보이는 논두렁에도, 몽돌해수욕장의 길가에도 온통 수박풀이었다. 뭍에서는 보기 힘든 데 여기는 왜 저렇게 흔할까? 인간의 편이만을 생각하는 농약 사용이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강화에서는 논두렁에 제초제를 뿌린 논의 쌀은 수매를 하지 않겠다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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