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정

문화 분류

들꽃여행|물봉선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봉선화를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귀에 익은 노랫말의 한 구절이다. 왜 울밑에 선 봉선화일까? 예전에는 어느 집에서든지 울밑이나 장독대 주변에 봉선화를 심고 가꾸었는데, 뱀이나 지내가 종종 집안이나 장독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봉선화의 어떤 성분을 뱀과 지네가 싫어한다는 것이다.

여인들은 여름이 되면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을 예쁘게 물들였다. 나도 어렸을 적 동네 누나뻘 여자들 틈에 끼어 엄지발톱에 봉선화 물을 들이기도 하였다. 사내아이가 계집애들처럼 손톱에 물을 들일 수는 없고 발톱에 물을 들이면 풀숲을 걸을 때 뱀이 도망간다고 해서 그랬던 것이다. 손톱 끝의 붉은 기운이 첫눈이 내릴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도 봉선화에 얽힌 이야기이다.

이렇게 우리와 가까운 봉선화는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원산인 외래종인데, 오늘 만나는 물봉선은 우리나라 원산인 토종식물이다. 그런데 우리는 봉선화가 하도 눈에 익어서 그게 토종이고 물봉선을 오히려 낯설게 여겨왔다. 늦은 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서 집 근처의 어느 산이든 골짜기의 물가나 습지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것이 물봉선이다. 물봉선은 물을 좋아하여 물가에 피는 봉선화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물봉선을 주셨는데, 토종의 물봉선 보다 외래종의 봉선화를 더 사랑했던 것에 죄스러움을 느낀다.

물봉선의 꽃에서 물고기의 배 모양으로 볼록한 곳은 꿀통이다. 곤충들이 꿀을 먹기 위해 이 꿀통을 드나들면서 몸에 꽃가루를 묻혀 수정을 돕는다. 꽃과 벌레가 서로에게 유익을 주며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에서 공생의 지혜를 배운다.

토종 물봉선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옛날 조그만 어느 산골마을에 착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순박한 사람들이 살며 조용하기만 하던 이 마을에 큰 도둑 사건이 일어났다. 착하기 이를 데 없던 이 여인이 억울하게 도둑의 누명을 쓰고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여인은 자기가 도둑이 아니라고 애원하듯 해명을 해보았지만 마을 사람들 중에 그녀의 진실을 믿어 주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여인은 너무나 속이 상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꽃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꽃으로 다시 태어난 그녀는 그때의 한이 풀리지 않아 누구라도 자기를 건드리면 씨를 터트려 자기의 결백을 나타내려고 속을 뒤집어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꽃말이 ‘나를 건드리지 마시오, touch me not’이다. 물봉선은 꽃 색이 대부분 붉은 자주색이지만, 드물게 노랑, 흰색의 꽃도 있다. 물봉선 많이 사랑해 주세요!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