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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바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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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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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솔
숲속이나 풀밭, 습지나 연못, 물가에서만 들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식물 중에는 척박한 기후 조건을 견딜 수 있는 강점을 가진 것들이 있는데, 바위솔은 지나치게 메마르고 양분이 거의 없어 보이는 장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식물이다. 바위솔을 와송(瓦松)이라고도 부르는데 지붕의 기와 위에서 살면서 그 생김이 솔잎을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지붕 위에 자라므로 지붕지기 또는 옥송(屋松)이라고도 하고, 바위틈에 자라므로 암송(岩松), 잎의 배열이 마치 탑을 쌓아놓은 것과 같다 하여 탑송(塔松) 등 다양하게 불려진다. 잎은 선인장처럼 통통하게 살이 찌고 버들잎 모양으로 줄기를 둘러싸고 무더기로 난다. 가을철에 작은 꽃이 줄기 끝에 이삭처럼 모여서 핀다.

요즘 다육식물을 모으며 가꾸는 것을 취미로 하는 주부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다육식물은 추위에 약하나 바위솔은 영하의 날씨에도 살아가는 우리나라 자생 식물이다.

예전에는 산을 오르다보면 경사지의 척박한 곳이나 바위 위에 바위솔이 자라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 기억을 더듬으며 바위솔을 찾아 나섰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차에, 강원도 문막이 친정인 교인 가정의 문상을 다녀오는 길에 교인들과 함께 인근의 치악산 구룡사에 들렀다가 일주문 기와지붕 위에 바위솔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만나기를 기다렸던 만큼 반갑고 기뻤다. 철이 너무 늦은 가을이어서 꽃은 다 지고 잎도 오그라들어 있었다. 내년에 때맞춰 오리라 마음먹고 발길을 돌렸다. 이듬해 바위솔이 꽃을 피울 9월 하순쯤에 설레는 마음으로 구룡사를 찾았다. 그러나 바위솔은 흔적도 없었다. 그 사이 옛 기와를 벗겨버리고 새 기와를 올렸기 때문이다. 생명을 귀하게 여겨 일체의 살생을 금한다는 불교에서 바위솔의 생명은 생명이 아니었던가? 그토록 무참히도 씨를 말려버리다니. 고색창연이라 하지 않았던가? 바위솔이 자라고 있는 기와지붕이 오히려 사찰의 연륜을 자랑하는 것이 될 수 있었을 것을…

그 뒤 몇 년이 지난 9월 하순경에 인천녹색연합의 회원들과 함께 강화도로 야생화 탐방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선원면의 충열사 지붕 위에서 바위솔을 만났다. 그 뒤로 꽃이 필 때쯤이면 더 아름다운 녀석을 사진에 담기 위해 이태를 연속 찾았다. 그러나 작년 가을에 보수공사를 하면서 기와를 새것으로 갈아버려 그곳에서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기와가 깨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두면 안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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