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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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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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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국
가을에 피는 국화과의 들꽃은 산과 들에서만 피는 것이 아니다. 바닷가에서도 여러 종류의 국화과의 들꽃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의 건조한 곳에서는 갯쑥부쟁이, 습지에서는 갯개미취, 그리고 바닷가 절벽이나 바위틈에서는 해국이 꽃을 피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닷가에 서면 푸른빛 바다와 하얀 파도를 바라보며 그 넓고 시원함에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눈을 발 아래로 향하고 바위틈이나 절벽을 내려다보면 거기에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 때가 가을이라면 해국이 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해국은 해변국(海邊菊)이라고도 부르는 만큼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가을꽃이다. 그러하기에 가을에 바닷가에 서 있었으면서 바다와 파도만 보고 해국을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바다를 다 본 것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나와 해국과의 첫 만남은 13 년 전 5백년 넘은 동백나무로 유명한 서천의 동백정을 찾았을 때였다. 그해가 내 환갑인 해였는데, 우연히도 환갑날이 교인 가정의 장례일이어서 충북 옥천에 가서 하관예배를 마치고 교인들과 헤어져 아내와 함께 2박3일 지방 여행을 하는 것으로 환갑잔치를 대신했다. 돌아오는 길에 동백정을 들렀는데, 거기 바닷가 절벽 바위틈에 해국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에게는 어느 것보다 귀한 생일 선물이었고 환갑잔치였다.

해국이 자라는 곳을 보면 비가 내릴 때를 제외하고는 물 한모금도 없고, 뿌리를 내릴만한 흙도 거의 없어 보이는 바닷가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모진 삶을 버티어낸다. 잎은 주걱 모양으로 질이 두껍고 털이 많아 부드럽게 느껴지며 겨울에도 말라죽지 않고 살아있는 반상록성(半常綠性)이며, 줄기는 아래쪽이 목질화(木質化)하는 반목본성 (半木本性)식물이다. 그래서인가 살을 에는 겨울의 매운바람이나 뭍의 식물들도 말라죽는 목마른 가뭄이나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달아오르는 한여름 땡볕과 금방이라도 씻겨 낼 듯이 태풍이 파도를 때려 바닷물을 퍼부어도 이 모든 시련을 다 이겨내고 해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연한 보라색 꽃을 피운다. 꽃말이 ‘기다림’인 것을 보면 아마도 그 기다림 때문에 모진 시련을 이겨내었는가 보다.

해국은 우리나라가 원산으로 종 기원이 울릉도와 독도로서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일본 서해안으로 전파되었다고 하는데, 영남대 독도연구소의 노력으로 1910년 3월 9일 미국에서 운영하는 세계유전자은행(NCBI)에 등록된 만큼 귀한 꽃이다. 귀한 것을 귀하게 대할 줄 아는 것이 자연 사랑, 하나님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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