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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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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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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과의 식물이 지천인 가을 숲에서 금강초롱꽃이나 투구꽃은 둘 다 보라색의 꽃빛깔과 그 모양새의 특별함으로 우리의 시선을 끈다. 금강초롱꽃이 밤에 길을 밝히는 초롱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 것처럼 투구꽃은 중세시대 로마 병정들이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썼던 투구와 모양이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돌쩌귀라는 이름으로도 부르는 데 돌쩌귀는 문짝을 문설주에 달고 여닫게 하기 위해 암, 수 돌쩌귀가 한 벌로 되어 암짝은 문설주에, 수짝은 문짝에 박아 맞추어 꽂게 만든 두 개의 쇠붙이로 구성된 물건을 말한다. 서양 사람들이 보기엔 투구를 닮았지만 우리 선조들이 보기엔 위, 아래 두 개가 짝을 맞추고 있으니 돌쩌귀로 보였던 것이리라.

설악산에서의 2박3일의 목회계획세미나가 끝나는 날은 아침 식사 후 폐회예배를 마치는 것으로 일정이 끝난다. 예배를 마친 시간이 오전 10시쯤, 돌아오는 길은 동해안을 따라 좀 남쪽으로 내려가 양양을 거쳐 한계령을 넘는 길로 접어든 얼마 후 길을 바꿔 구룡령을 넘어 홍천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미천골과 구룡령의 들꽃을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미천골은 설악산 국립공원과 오대산 국립공원의 딱 중간쯤으로 길고 긴 비포장 흙길의 임도(林道)를 따라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나란히 흐르고 있어 자연미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한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들끓었을 테지만 9월 하순의 미천골은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우리 내외의 발자국 소리만이 산속의 고요를 잔잔하게 흔들어 놓는다. 길 옆 바위에 군데군데 구절초가 피어 있어 드문 방문객을 환영하며, 좀 습한 곳에는 이슬 머금은 물봉선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미천골에서 나와 구룡령으로 향한다. 구룡령 정상은 해발 1,013m, 양양과 홍천을 잇는 고갯길이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올라 정상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겨들고 길 옆 숲으로 들어선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여기 저기 투구꽃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반긴다.

옛날 요염하고 아름다운 왕비로 있었던 마녀 메디아는 괴물을 물리치고 돌아온 왕자 데세우스의 용맹에 위기를 느껴 독이 든 술잔을 건네었다. 왕자는 그녀의 웃음 속에 숨긴 살의를 느끼고 교묘히 피하자 왕비는 본래의 마녀로 바뀌어 그 술잔을 던져버리고 도망쳤다. 대리석 바닥은 술잔에 있던 독으로 거품을 내고 녹아내렸는데, 그 독은 마녀가 빚어낸 투구꽃이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투구꽃의 뿌리는 사약의 원료로 쓰였다고 하니 그 독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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