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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겨우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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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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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살이

모든 나무가 잎을 떨어뜨린 겨울에 큰 나무의 가지에 붙어 홀로 공중에서 푸름을 자랑하는 나무가 있다. 상록(常綠) 기생 관목(灌木=떨기나무)인 겨우살이다. 보통 3월에 꽃을 피우는데, 여름철에는 다른 식물의 그늘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있다가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떨어지면 푸른 잎을 드러내고 겨울 동안에 구슬처럼 생긴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다. 다른 나뭇가지에 몸을 붙여 그 나무의 잎이 다 떨어진 후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삼아 자신의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기에 겨우살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래서 한자 이름이 동청(凍靑)이다.

어느 해 겨울 강원도 인제의 한 작은 교회를 격려하기 위한 방문길에 설악산 한계령에서 필레 약수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도로 옆 산비탈에 오래된 참나무의 높은 가지에 달린 겨우살이를 본 것이 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 깊고 높은 산을 가는 기회가 있을 때면 눈을 들어 나무 위를 보는 습관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쉽게 겨우살이를 볼 수 있었다.

겨우살이는 해발 700m 정도의 조금 높은 산의 참나무, 자작나무, 팽나무, 오리나무, 밤나무 등 큰키나무의 높은 가지에 붙어서 자란다. 멀리서 보면 새둥지려니 하고 무심결에 스쳐가기 십상이지만 잠시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시선을 높이면 황록색 줄기와 잎으로 와이(Y)자를 만들며 엉켜 자라는 조금은 색다른 모습의 식물임을 알게 된다.

어떻게 높은 나뭇가지에서 번식하며 자랄 수 있을까? 겨우살이는 새들을 통해서 번식한다고 한다. 열매는 겨울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울 때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겨울에 노랗거나 빨갛고 투명한 콩알 모양의 열매가 익는데 이것을 까치나 산비둘기 같은 산새들이 즐겨 먹는다. 열매에는 끈적끈적한 점액이 많이 들어 있어 새들이 이것을 먹고 나서 부리에 붙은 씨앗을 떼어내려고 다른 나뭇가지에 부리를 비빌 때 씨앗이 들러붙게 된다. 점액이 마르면서 접착제처럼 씨앗을 나뭇가지에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그 상태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씨앗에서 싹이 나와 나뭇가지에 뿌리를 박게 된다. 번식방법이 참으로 신기하다. “창세로부터 …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로마서 1:20).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신비를 깨닫는다.

겨우살이는 붙어사는 나무줄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지만 엽록소를 갖고 있어 자체에서 탄소 동화작용을 하여 영양분을 만들 수 있으므로 숙주식물한테서는 물만을 빼앗을 뿐이다. 그러므로 대개 겨우살이는 숙주식물에 거의 혹은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 모든 나무들이 잠자는 겨울, 눈을 들어 나무 위를 보라. 거기서도 창조주 하나님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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