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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그 따뜻한 시선 다시 한 번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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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리라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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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 현대사와 여성문제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고통을 소통으로 치유한 문학계의 거목 박완서 작가가 지난달 향년 8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박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만나보자.

▲ 세계사/286쪽/8,500원 나목
『나목(裸木)』은 작가 박완서의 등단작이자 한국 리얼리즘문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박완서 문학의 근원을 짚어볼 수 있는 실마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나목』은 6․25전쟁과 분단 체험이 시․공간적 배경을 이루는 대부분의 박완서 소설들과는 달리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전쟁의 현장과 이데올로기의 대결이라는 극한상황은 작품의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후경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지만, 주인공과 작중인물들의 의식과 행동을 통해 엄혹하고 긴박한 현실이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이경’이 ‘옥희도’라는 가족 있는 화가와 겪은 강렬하지만 짧게 끝날 수밖에 없는 사랑이 중심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경의 오빠들을 죽음에 몰아넣고, 어머니로부터 삶의 의욕을 빼앗으며 그녀에게 가족 부양의 짐까지 지게 한 전쟁은, 이경과 옥희도라는 인물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에 절박함을 부여하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을 뿐, 전쟁 자체는 그들의 절망과 상실과 혼돈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나목은 한국사에 있어서 6․25전쟁의 의미를 개인사를 통해 접근하는 전쟁소설이라기보다는 이경과 옥희도의 정체성 찾기라는 실존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의 의의는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인 존재론적 고독을 포착하는 데에서 나아가 그 고독을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그물망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사랑의 필요성과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세계사/286쪽/8,500원

▲ 웅진책마을/284쪽/10,000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의 대표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20만 독자가 읽은 우리시대 최고의 성장소설이다. 이 책은 작가가 전적으로 기억에 의지해 쓴 자전적 소설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의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20대까지를 맑고 진실 되게 그려낸 소설이다.
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와 어우러져 가는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30년대 개풍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생활상, 인심 등을 유려한 필치로 그렸으며 1950년대 전쟁으로 무참히 깨져버린 가족의 단란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30년대 개성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생활상, 인심 등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그 자체로 하나가 되어 노닐었던 어린시절을 보낸 자만이, 그것도 풍부한 감성으로 순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박완서라야만 가능한 문체의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으며, 40년대에서 50년대로 들어서기까지의 사회상이 어떤 자료보다도 자상하고 정감 있게 묘사되고 있다.
웅진책마을/284쪽/10,000원

▲ 현대문학/268족/12,000원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현재 출간된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유작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4년 동안 쓰여진 글을 모은 이 산문집은 세대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파노라마 같은 온갖 색조로, 그윽하게 뿌리내린 사유의 세계는 그의 작품의 원형이 된 자신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솔직 담대한 사실주의 그림과 같은 리얼리티를 담고 있어 더더욱 울림이 크다.
이 책에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새삼 발견하게 된 기쁨과 경탄, 그로 인한 감사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가에겐 못 가본 곳, 곧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의 충일함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아직도 만나야 할, 다 하지 못한 새롭고 경이로운 시간이 작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경제제일주의가 만들어낸 황폐한 인간성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무너져 내린 남대문, 천안함 침몰 사건 앞에서 오히려 작가 자신의 뻔뻔스러운 정의감과 비겁한 평화주의에 대한 반성은, 단순한 한 개인을 넘어 한국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역사의 증인으로서 작가만의 상처를 되새겨본 반성이자 말할 수 없는 연민과 회한을 담고 있다.
등단 40주년에 발간한 책이지만 어떤 큰 구속도 그에게서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존재의 영속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로, 작가가 아직 가지 못한 길, 어딘가에 있을 더 아름다운 길을 찾아 나설 자유를 향한 의지와 내적인 충동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산문집이 작가의 현재를 읽는 즐거움은 물론 미래를 읽는 설렘까지 가져다주는 이유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울러 살아 있는 거목이라는 진부한 찬사를 동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문학/268족/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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