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정

문화 분류

각시붓꽃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 각시 붓꽃


5, 6월은 붓꽃의 계절이다. 꽃봉오리가 붓을 닮아 붓꽃이라 부르는데 붓꽃과의 들꽃들은 크기로 보면 20cm 미만의 작은 키의 것과 50cm 이상의 큰 키의 붓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은 또한 꽃이 피는 시기에서도 서로 다른데, 작은 키의 붓꽃들은 4월에서 5월에 피는 데 비해 큰 키의 붓꽃들은 이보다 한 달쯤 늦게 5월에서 6월에 걸쳐 핀다.

우리나라 산이나 들에 나는 붓꽃들을 보면 키가 작은 종류들로서는 금붓꽃(노랑색), 노랑붓꽃, 노랑무늬붓꽃(흰색 바탕에 노랑무늬가 있음), 각시붓꽃(보라색) 등이 있으며, 큰 키 종류로는 꽃창포(보라색), 노랑꽃창포, 붓꽃(보라색), 제비붓꽃(보라색), 부채붓꽃(보라색) 등이 있고 중간쯤 키의 타래붓꽃(보라색)이 있다.

오늘 만나는 각시붓꽃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키가 작아 거의 땅에 붙듯이 핀다. 5월 초에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만큼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는 들꽃이다. 며칠 전 강화의 하점면사무소 뒤 봉천산이란 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각시붓꽃이 여기 저기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었는데, 아마도 산 정상을 오르겠다는 생각만으로 위만 보고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여유를 부리며 혹시라도 들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내려온 덕에 앙증맞은 각시붓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풍성하지도 않은 가냘픈 잎을 지녔을 뿐인데 어떻게 그토록 앙증맞은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각시붓꽃 옆에 앉아 쉬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들에 핀 꽃은 곧 지겠지만 사진 속에서는 오래오래 피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각시라도 만난 듯 행복했다. 이러한 내 마음을 아내가 알면 질투할까?

키가 작아서만 각시가 아니라, 각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전해온다. 삼국시대가 끝날 무렵 황산벌에서 죽은 관창에게 무용이라는 정혼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가 죽자 영혼 결혼을 했다고 한다. 어린 각시는 관창의 무덤에서 슬픈 나날을 보내다 홀연히 세상을 떠났는데 사람들은 먼저 죽은 남편의 무덤 옆에 그녀를 묻어주었다. 이듬해 봄 그녀의 무덤에서 보랏빛 꽃이 피어났는데 그 모습이 각시의 모습을 닮았고 함께 돋아난 잎사귀는 관창의 칼처럼 생겼다고 하여 각시붓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필자의 집 앞산에도 각시붓꽃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잎이 잘려나가 있었다. 고라니가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짐승은 뿌리는 남겨두어 다음에 꽃이 필 기회를 주는데, 들꽃들에게는 제대로 가꾸지도 못하면서 뿌리째 캐어가는 사람 손이 더 무섭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