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정

문화 분류

큰앵초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이른 봄 꽃시장에 얼굴을 내미는 봄의 풀꽃들 중에 푸리뮬러(Primula)가 있다. 배춧잎을 닮은 잎에 노랑, 빨강, 자주, 보라 등 꽃의 색깔도 여러 가지로 길 가의 봄 화단을 장식한다. 이들은 모두 외국에서 원예용으로 개량된 앵초과 식물이다. 이들과 한 식구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들꽃으로 앵초가 있다. 앵초는 4월~5월에 우리나라 전국의 산 숲에서 홍자색의 꽃을 피우는 다년초이다. 오늘 만나는 큰앵초는 이보다는 한 달쯤 늦게 깊은 산의 숲에서 꽃이 피는 다년초이다. 앵초가 봄의 꽃이라면 큰앵초는 초여름의 꽃이다. 큰앵초가 늦게 피는 것은 그 자라는 곳의 고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큰+앵초’인 것은 그 자라는 곳이 깊은 산(=큰 산)이고, 잎을 보면 앵초는 긴 타원형으로 좁다란데 비해 큰앵초는 손바닥 모양으로 넓어서 잎의 크기에서도 큰+앵초인 것 같다.

큰앵초는 깊은 산, 큰 산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들꽃이기에 이들을 만나려면 큰맘 먹고 길을 떠나야 한다. 큰앵초를 만나기 위해 한국꽃사진회 회원 몇 사람과 함께 현충일 전날 오후에 서울을 출발하여 그날 저녁 태백의 한 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은 태백의 별미인 닭갈비(춘천의 것과는 조리법과 맛이 전혀 다름)로 먹는 즐거움을 누렸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전날 사 두었던 빵과 우유로 아침을 대신하고 서둘러 차를 몰아 태백에서 고한으로 넘어가는 두문동재(싸리재, 해발 1,268m)의 간이음식점인 함백산쉼터 옆에 차를 세워두고 임도를 따라 대덕산 금대봉(해발 1,418.1m)을 향하여 걷는다. 7시가 못된 시간이다. 아침에 싱싱한 들꽃을 만나려면 이 정도 수고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임도 옆으로는 철쭉꽃이 환히 웃으며 우리를 환영한다. 천상의 화원답게 둥굴레며 줄딸기, 제비꽃, 기린초 등 들꽃이 이슬에 흠뻑 젖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잠시 후 임도를 벗어나 숲속으로 난 좁다란 길을 따라 금대봉으로 오른다. 완만한 경사인데도 숨이 찬다. 발밑은 벌써 한껏 푸른색으로 덮여 있다. 이른 봄에 피었을 얼레지가 콩알만 한 씨를 맺은 것이 보인다. 마침내 금대봉 정상에 올랐다. 잠시 쉬면서 맑은 공기에 한껏 취해본다. 거기에서 북쪽 경사면으로 내려선다. 제법 가파르다. 이슬에 젖은 바지자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미끄러질까 조심하며 몇 발을 내려섰는데, 풀숲에서 큰앵초가 손바닥만한 잎을 땅바닥에 깔고 꽃대를 세우고 층층으로 꽃을 달고 ‘나 여기 있소.’ 하며 얼굴을 내민다. 반가웠다. 먼 곳까지 와서 만난 들꽃이기에 더 반가웠다. ‘행복의 열쇠’라는 꽃말처럼 행복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 걸 보시면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실 걸.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