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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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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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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수영
한여름 산에 오르면 녹색의 풀밭에 길게 늘어진 흰색의 꽃을 피우며 생김이 독특해 쉽게 눈에 띄는 들꽃이 있다. 까치수영이다. 우리나라 전국 산지의 볕이 잘 드는 낮은 지대의 약간은 습한 풀밭에서 6월~8월에 걸쳐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길게 늘어진 화축(花軸)에 꽃자루의 길이가 거의 같은 꽃들이 달리고 밑에서부터 꽃이 피어올라가는 데(이런 것을 총상(總狀)꽃차례라고 함) 그 끝이 굽은 모습이 마치도 팔(八)자 모양의 코밑 수염(=Kaiser 수염)과 같아서 식물도감에서는 까치수염이라고 부른다. 까치의 배가 희기는 하지만 까치에 무슨 수염이 있을까? 그래서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까치수영이라고 부른다.

까치는 예부터 우리 마을 주변에서 집을 짓고 살아온 텃새로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여 길조로 여겨왔다. 또 수영이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여러 뜻풀이 중에 ‘수영(秀潁)’이란 한자어는 ‘벼, 수수의 이삭이 잘 여문 것’이라고 되어 있다. 까치수영은 벼 이삭이 아니라 아예 하얀 쌀밥이 달린 이삭처럼 풍성해 보인다. 이런 뜻을 생각해보면 까치수영이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북한에서는 꼬리처럼 생겼다 하여 꽃꼬리풀이라고 부른다고 하며, 한자 이름으로는 이리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낭미화(狼美花)라고 한다는 데 이들 모두 꽃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인 것 같다.

잎을 따서 씹어보면 떨떠름하면서도 신맛이 도는 데, 신맛은 입안에 침이 돌게 해준다. 이런 까닭으로 필자가 어린 시절에 산을 오르다 목이 마르면 그 잎을 뜯어먹었던 일을 기억한다. 한방에서는 식물 전체를 약재로 쓰는 데, 그러고 보면 약초를 먹으며 산을 오르내렸던 것이었다. 신맛이 나는 풀로 수영이 있으니 그래서 까치수영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까치수영과 거의 닮은 큰까치수영이 있다. ‘큰’ 자가 붙은 만큼 잎이 좀 더 넓으며, 화축도 더 길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 밖에도 까치수영이란 이름이 붙은 들꽃으로 바닷가에 나는 갯까치수영이 있다. 필자가 어느 해 여름 제주도의 바닷가 바위틈에 난 갯까치수영 씨를 받아와서 교회에 파종한 것이 해마다 하얀 꽃을 피웠는데 필자가 은퇴하면서 그녀석도 함께 은퇴를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들꽃을 사랑함을 알아서였는지 강화의 집 마당 귀퉁이에 까치수영이 절로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는 씨를 받아 파종하여 한 무리의 까치수영 꽃밭을 일구려고 한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도 길어서 아마도 외국에서 들여온 안개꽃 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리라. 우리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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