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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의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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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상인관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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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이다. 이주여성과 결혼하여 이룬 가정수가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도 커진고 이들을 위한 정부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15만 가까이 되는 이주여성들에 대해 정부는 어느 때보다 관대하다. 배달민족, 백의민족, 단일민족의 자긍심은 과거에나 언급했던 단어가 되었고 이름하여 글로벌시대, 다문화주의를 표방하고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라는 시대적 요구에 무조건 한시 빨리 적응해야하는 분위기이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여성들에게 있어 한국은 말 그대로 꿈의 나라, 희망의 도시이다. 아는 사람 없이 오직 한 남자만을 믿고 온 한국,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황티남, 탓티황옥 사건만 해도 이주여성들이 사는 삶의 불안과 황폐함이 드러난 예다.
제도 못지않게 결혼과 여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건강한 사고와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점차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독신취향이 많아지면서 한국총각들의 결혼이 어려워져 외국인 신부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어린나이에 멀고 낯선 나라에 대해 선지식 없이 덜컥 결혼이라는 제도로 가족이 된 이주여성, 말은 안통하고 제도와 풍습이 낯설기만 한데 의지할 데라곤 남편과 시댁이 전부인 이들에게 한국사회는 준비되지 않은 포용력을 가지고 얼떨결에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저 사적 영역일뿐, 일일이 챙겨지지 않는 부분이다. 가정폭력이나 학대가 이어져도 이들에게 갈 곳은 없다. 친척도 없고 말이 안 통하니 그저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 가부장적인 관습과 종속적인 관계의 틀을 깨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남성의 경우 결혼 성립을 위해 들어간 물질에 대한 보상(?)심리와 이주여성에 대한 몰이해가 이들의 결혼생활에 무거운 돌멩이를 얹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다문화사회로 가기위한 갖은 노력과 이들을 신부로 맞이한 한국남편들이 보다 성숙한 자세로 다문화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문득 가슴 아픈 경험들이 떠올려진다. 베트남의 라이따이한과 필리핀의 코피노가 그들이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라이따이한들, 줄잡아 수만 명은 되리라는 예상이다. 아직 정확한 숫자도 집계되지 않았으며 한국정부로부터 어떤 대책이나 지원도 없는 이들,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살아가기엔 그들의 삶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
라이따이한은 베트남의 패전으로 인해 갑자기 생이별을 하게 된 한국군과 베트남 여성의 사랑의 결실들이다. 그들이 믿던 것은 기다려라 곧 돌아온다던 남편의 약속뿐. 세월은 지나 아이들이 중년이 되어도 남편들은 돌아오지 않고 아이들과 엄마는 모두 베트남에서도 천대를 받으며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하류층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제2의 라이따이한이 있다. 바로 필리핀 여성과 한국남성과의 사이에서 현지에서 낳은 혼혈아이다. 필리핀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코피노들은 현재 만명을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라이따이한이 전쟁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적 희생양이라면 코피노는 현저히 다른 양상으로 주로 한국인 유학생 아빠가 약 90%에 해당한다니(영어연수생포함) 이들 경우 임신사실을 알게 된 한국남자들의 연락끊기, 종적감추기로 임신직후부터 결별이 된 경우가 많아 임신,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전 생애과정을 어린엄마 혼자서 감내하기 힘든 삶을 지탱한다. 필리핀의 종교인 카톨릭은 중절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이들은 선택이 아닌 운명으로 받아들여 낳은 아이를 모계전통의 관습 속에서 온갖 고생으로 길러야 한다. 어린나이에 아빠와의 기억을 잘라내야했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미움보다는 아빠소식을 접하기를,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고 한다.

라이따이한의 아버지, 코피노의 아버지들, 지금 한국 땅에서 과거를 잊은채 모른체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다문화주의, 글로벌사회로 10만이 넘는 이주여성을 품에 안고 너그러이 웃음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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