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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미국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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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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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냄새는 무엇일까?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에서 냄새가 날듯 싶은데 맡을 수가 없다. 확실한 가을의 냄새는 국화과 들꽃들에서 나는 향기다. 샛노란 산국이며 희거나 분홍의 구절초, 보라색의 쑥부쟁이들에서 가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이들 가운데 끼어들어 흰색의 꽃을 피우는 들꽃이 있다. 바로 미국쑥부쟁이라 이름 하는 녀석이다. 다문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름에 미국이란 접두어가 붙은 것이 왠지 정겹지가 않다.

필자가 이 꽃을 처음 본 것은 20년 전 쯤(1990년?)의 일로 기억된다. 그해 가을에 동두천의 한 기도원을 찾았는데, 작고 흰 꽃이 개울 건너 언덕배기를 온통 점령하고 있었다. 마치 안개꽃 동산 같아보였다. 어렸을 적엔 보지 못했던 꽃을 처음 보는 것 같아 이런 들꽃도 있었나보다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그러다 들꽃을 가까이 하면서 이것이 외래종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 미국쑥부쟁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꽃이 작기는 하지만 그 모양이 쑥부쟁이를 닮았고 미국에서 들어왔다 하여 미국쑥부쟁이라 이름 부르게 된 것 같다. 뿌리에서 강한 가지가 많이 자라나와 가지마다 많은 꽃을 매달아 무리지어 핀 것이 장관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 식물 중 하나라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

북아메라카 원산의 이 미국쑥부쟁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한국전쟁 때 미군수 물자에 묻어 들어와 1980년 경기도 포천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10월 중순에 해발 1300여 미터의 대암산 정상에 올랐을 때 거기에서도 미국쑥부쟁이가 자기 영토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된 까닭은 별로 토양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든지 잘 자랄 뿐 아니라 많은 씨를 맺고 바람에 날려 보내 먼 곳에까지 쉽게 퍼져나가며 한 번 자라난 곳에서는 뿌리로 월동하며 포기가 불어나 주위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왕성한 번식력은 지금까지 거기에서 자라고 있던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게 밀어낸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쫓아내는 격이다. 그래서 생태교란 식물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이것 외에도 최근 빠르게 그 지경을 넓혀나가는 생태교란 식물로는 키가 3미터나 되며 길가에 마치도 가로수처럼 늘어서 다른 식물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단풍잎돼지풀, 줄기에 가시를 가지고 높이 기어 올라가 햇빛을 가려 소나무를 죽이기까지 하는 가시박 등은 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미국에서 들어오는 화물이나 곡물에 섞여 들어온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미국과의 교역 확대가 좋게만 여겨지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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