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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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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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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장나무

한반도에는 약 4,500여 종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많은 식물의 이름을 구별하여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그 식물만의 독특한 특성이 이름에 배어 있어서 그 식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런 생태적 특징을 따라 지어진 이름 중에 그 식물의 잎이나 꽃 또는 뿌리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지어진 이름들이 있다. 잎을 씹으면 박하 냄새가 나서 아예 이름이 박하인 풀, 이른 봄에 산에서 산수유와 같은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로 그 잎을 따서 씹으면 생강 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잎을 건드리면 향나무와 같은 냄새가 나서 백리향, 이와는 달리 역한 냄새로 노루의 오줌 냄새가 난다 하여 노루오줌, 쥐의 오줌 냄새가 난다 하여 쥐오줌풀,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 하여 계요등(鷄尿(藤), 건드리면 누린내가 난다 하여 누린내풀이 있는가 하면, 오늘 만나는 누리장나무도 잎과 줄기, 나무 전체에서 누린내가 나서 이름 붙여진 나무이다.

8월의 무더위에 숲속의 산길을 걷다 보면 산록이나 계곡에서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볼 수 있는데 누리장나무다. 높이 자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작은 나무도 아니고 사람 눈높이에서 피어 쉽게 눈에 띠는 꽃이다. 누리장나무는 그 독특한 냄새 때문에 구릿대나무(구린내가 나는 나무), 개나무(씻기지 않는 개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나무), 누리개나무(누린내가 나는 나무), 취오동((臭梧桐, 오동나무 잎을 닮은 냄새나는 나무)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가까이 가서 일부러 잎을 건드리며 냄새를 맡아보지 않는다면 누린내를 느낄 수 없을 뿐 아니라 별로 싫지 않은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 흐드러지게 꽃이 피기도 하지만 수술이 길게 뻗어 나와 감긴 곡선미도 다른 들꽃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봄에 꽃나무를 파는 곳의 정원수 목록에 끼이는 나무이기도 하며 포천의 산림청의 국립수목원이 8월의 나무로 지정하였을 만큼 꽃이 아름다운 들꽃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한 여름내 꽃을 볼 수 있고 꽃이 진 자리에 가을에 달리는 보석 같은 열매는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꽃과 열매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나면 이름에서 풍기는 냄새쯤은 무시하게 된다.

냄새 때문에 붙여진 이름과는 달리 이른 봄에 어린 순은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고 하는데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내년 봄엔 필자도 어린 순을 따서 나물로 먹어보리라. 역한 냄새와는 달리 식물 전체가 약재로 쓰이는데 잔가지와 뿌리는 감기에, 꽃과 꽃받침은 두통이나 이질 치료에, 잎은 고혈압이나 중풍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하니 이쯤이면 냄새쯤은 문제 되지 않을 듯싶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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