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정

들꽃여행 분류

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99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며느리밑씻개

꽃 이름 중에는 부르기 민망한 것들이 있는데, 며느리밑씻개도 그 중 하나다. 또 ‘며느리’ 자가 들어간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새며느리밥풀 등의 들꽃에는 그 줄기나 꽃의 가장자리에 가시가 나 있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시집살이가 얼마나 혹독했던가를 짐작케 한다. 오늘 만나는 며느리밑씻개는 어쩌다가 그런 망측한 이름이 붙여졌을까? 배꼽이나 밥풀도 아니고 밑씻개라니….

우리네 화장실 문화가 엄청난 발전을 해서 비데를 사용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부득불 화장실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엔 화장실이 측간이라 하여 대문을 나서 마당 한 귀퉁이에 저만치 떨어져 지어져 있었다. 뒷간이 가까우면 냄새가 나서 나쁘고 사돈집이 가까우면 말이 많아서 나쁘니 뒷간과 사돈집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용변을 보고 밑을 닦는 재료가 호박잎이나 짚에서 신문지, 신문지에서 화장지, 화장지에서 지금은 물로 세척을 하기까지 발전해왔다. 70이 넘은 필자의 나이쯤이면 이 화장실 문화를 다 겪었으리라. 며느리밑씻개에 얽힌 이야기도 호박잎이나 짚으로 사용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같이 들일을 나갔다가 며느리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근처의 숲으로 뛰어 들어가서 볼일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급한 일을 해결한 며느리는 비록 쪼그리고 앉았을망정 숲속 그늘에 있는 것이 땡볕에서 밭 매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 시간 끌기에 들어갔는데, 혼자 땡볕에서 밭을 매던 시어미는 화가 치밀었고, ‘아가야 아직 안 끝났냐?’고 채근하자, 며느리가 ‘밑씻개 할 만한 것이 없어서요…’ 하고 능청을 부리자, 시어머니는 이때다 싶어 잔 가시투성이의 풀을 뜯어 며느리에게 건네주었고, 며느리는 하는 수 없이 아픔을 참으며 그것으로 밑을 닦았다는데서 이런 망측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며느리밑씻개는 1년생 식물로 들이나 산의 습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8, 9월에 이름과는 달리 예쁘고 앙증맞은 꽃을 피운다. 연분홍의 꽃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흰색으로 변화를 준 것처럼 보면 볼수록 마음을 빼앗아가는 들꽃이다. 이렇게 예쁜 꽃이 단지 가시가 있다는 것만으로 고부간의 갈등이나 그리는 들꽃이 되었으니 꽃으로선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어릴 적엔 산에 오르다 목이 마르다싶으면 이 잎을 따서 먹었던 것이 기억난다, 신맛이 있어 침이 고이게 하여 갈한 목을 추겨주었던 것이다. 며느리밑씻개는 부인의 냉대하증과 항문 병에 약효가 있어 이것을 끓인 물로 밑씻개 하여 병을 치료했다고 하니 그래서 붙여진 이름인 듯싶기도 하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