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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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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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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리

아직 가을의 대표적인 들꽃인 산국이나 구절초가 가을 산에서 왕 노릇하기 전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의 문턱에 이르는 즈음에 피는 들꽃 중 하나가 마타리이다. 마타리는 지난 호에 만났던 뚜깔과 같은 과, 같은 속에 속하는 사촌간인 들꽃이다. 그래서인가 피는 장소도 거의 같아 뚜깔을 볼 수 있는 곳이면 마타리도 볼 수 있다. 꽃의 크기도 작아 3~4mm로 비슷하고, 꽃이 줄기나 가지 끝에 수평으로 한 평면을 이루어 달리는 모습도 같다. 이러한 꽃 달림을 산방화서(繖房花序)라고 하는데, 꽃은 평면 가장자리의 것이 먼저 피고 안의 것이 나중에 피는 순서로 핀다. 키도 1m 내외로 비슷하다. 다만 꽃 색은 뚜깔은 흰색, 마타리는 노란색인 것이 크게 다르다.

마타리와 뚜깔은 예전엔 흔한 들꽃이었는데 요즘엔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것은 둘 다 산과 들의 양지에서 자라는 들꽃인데, 요즘 숲이 우거지면서 큰 나무들에 가려 터전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봄의 들꽃들은 낙엽 지는 나무들 밑에서 봄의 햇살을 받고 꽃을 피우다가 나무들의 잎이 나기 시작하면 그늘 속에 숨어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마타리와 뚜깔은 그늘을 싫어하는 들꽃이다. 어느 해 가을에 단양 인근의 도로변 비탈진 곳에 마타리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것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엔 큰 나무가 별로 없는 곳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마타리도 봄의 어린 순을 나물로 먹었는데, 땅위에 달라붙다 싶은 묵은 줄기 끝에 새순이 달리기 때문에 두 손가락으로 그 순을 젖히듯 뜯기만 하면 검불이 들어갈 염려도 없이 깨끗이 나물을 뜯을 수 있었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봄이면 산나물 뜯기를 즐겨했는데 이런 나의 이력이 지금까지 들꽃을 남달리 사랑하게 된 것 같다.

황순원의 단편 소설 ‘소나기’에 마타리꽃이 등장한다. ‘소나기’는 서울에서 온 윤 초시네 손녀에 대한 시골 소년의 천진난만한 우정과 애정을 그린 소설인데 대화와 장면의 묘사만으로 장면전환을 이루어낸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그 소설에서 소녀와 소년이 산으로 달리며 들꽃을 꺾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녀가 무슨 꽃인지 몰라 소년에게 묻는다. 소년은 한 마디 “마타리꽃”이라고 말해준다.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소설의 한 대목이다. 마타리의 꽃말이 ‘잴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소설 ’소나기‘를 읽으면 그런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소년이 소녀에게 건네준 마타리꽃 때문일까? 독자들도 이 가을에 ’소나기‘를 다시 읽어보며 마타리의 꽃말에 취해 보면 어떨지?(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음) 이 글을 쓰는 순간 필자는 그 산의 소년으로 돌아간 듯싶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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