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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구슬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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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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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121



생각지 않은 풀밭에서 방긋 웃고 있는
큰구슬붕이 꽃말은 ‘기쁜 소식’



산의 나무들이 푸르러가는 5월에 산을 오르다보면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 산나물 채취를 목적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러나 산나물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무조건 산에 오르면 산나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자리를 알고 올라야 산나물을 뜯을 수 있다.
필자의 집에서 200여 미터 건너편 앞산에 취나물이 모여 자라는 곳이 있다. 아마도 우리 동네에서 나만이 찾는 나물 밭인 것 같다. 한 번 가면 두어 끼 먹을 만큼 뜯어오고 며칠 뒤에 다시 가보면 또 그만큼 뜯을 수 있어 시골에서 사는 재미다.
며칠 전에도 나만의 그곳으로 취나물을 뜯으러 갔다. 10~30cm의 낮은 키에 다른 키 큰 붓꽃 들 보다 일찍 산에서 꽃이 피는 각시붓꽃이 여기 저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 작고 앙증맞은 보라색의 꽃이 마른 풀들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구슬붕이 종류 중 큰구슬붕이였다.
만나고 싶어 했던 터라 정말 반가웠다. 나물을 뜯는 것은 뒤로하고 부지런히 집에 와서 카메라를 챙겨 다시 갔다. 여기 저기 호미 자욱이 있는 것으로 보면 게으름피우다가 다른 사람의 손에 뽑혀가거나, 고라니의 발길에라도 채여 사라지면 어쩌나싶어서였다.
큰구슬붕이는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가 필 때쯤에 전국의 산지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는 2년 초다. 묘지 부근의 잔디 사이에서 종종 눈에 띄는 까닭은 햇볕을 좋아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햇빛을 좋아하는 만큼 흐린 날에는 꽃잎이 다 열리지 않아 활짝 핀 것을 보기 어렵다. 키가 5~10cm로 작아 일부러 발밑을 살피는 사람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들꽃이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 보라색의 아주 작은 나팔을 닮은 꽃이 달리는데,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잎 사이에 또 작은 꽃잎 같은 것이 있어서 얼핏 보면 꽃잎이 열 개로 보인다. 이 작은 꽃잎을 부화관(副花冠)이라고 한다. ‘큰구슬붕이’의 접두어 ‘큰’은 구슬붕이 종류들 중에서는 가장 크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며(구슬붕이보다 크지만 커봐야 도토리 키 재기 격이지만), ‘구슬붕이’는 작고 앙증맞은 모습과 작은 단추만한 꽃모양을 구슬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꽃은 작지만 그 앙증맞은 아름다움을 한 번 본 사람이라면 다시 보고 싶어지는 들꽃이다. 큰구슬붕이는 용담과의 들꽃으로 가을에 피는 용담의 꽃을 닮았다 하여 소용담으로도 불리기도 하지만 용담과는 피는 시기도 봄과 가을이 다르고 키를 보면 용담은 60cm나 되는데 비해 큰구슬붕이는 ‘큰’ 자가 붙었음에도 용담에 비하면 난쟁이 수준이다. 꽃말이 ‘기쁜 소식’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은 풀밭에서 방긋 웃는 모습을 보면 누군들 어찌 기쁘지 않을까?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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