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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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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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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122



꽃 필 때는 꿀 얻는 밀원식물,
줄기와 잎은 약재로



‘열흘 붉은 꽃이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며칠 전에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을 보고 지금쯤은 한창일 듯싶어 다시 찾아가면 벌써 져가고 있는 경우를 본다. 필자도 들꽃 여행 원고에 자료로 삼기 위해 산을 종종 찾는데 그 사이에 피었다가 저버리는 것들도 있다. 때로는 아직 때가 안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들꽃을 만나는 행운도 있다.
오늘 소개하는 벌깨덩굴도 그런 행운으로 만난 들꽃이다. 필자의 집에서 올려다 보이는 혈구산을 오르는 길엔 제법 많은 종류의 들꽃들이 자라고 있다. 작년 6월에 혈구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큰 나무들 밑에서 천남성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것을 본 터라 이 아이들을 보기 위해 산을 올랐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는데 내려오는 길에서 벌깨덩굴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천남성만 생각하며 올라가느라 등산로 옆 조금 들어간 곳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산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정상을 밟기에 마음이 붙들려 있어서 길옆에 핀 들꽃들을 지나치리라 생각된다.
벌깨덩굴은 5월 중에 전국의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들꽃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한 주일에서 열흘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목회할 때 동두천의 한 기도원에 갔다가 기도원 앞의 계곡에서 5월 초순쯤에 보았는데 그 후에 어느 해인가 6월 6일 현충일에 강원도 태백의 금대봉을 찾았을 때 거기에선 그때야 꽃이 한창이었다. 며칠 피었다 지는 들꽃이지만 산을 달리하여 자주 산행을 하다보면 같은 해에 같은 종류의 꽃을 두세 번도 만날 수도 있다.
벌깨덩굴을 마주하면 매우 재미있다. 약간 비스듬한 줄기에 고개를 쳐들고 한 쪽을 향하여 서너 송이가 줄줄이 매어 달린 고운 연한 보라색 꽃, 붕어처럼 커다란 입을 벌린 꽃잎엔 자주색 점과 수염같이 긴 흰색 털이 박히어 여간 신비롭지 않다.
벌깨덩굴이란 이름에서 얼핏 떠오르는 것은 덩굴식물일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줄기 끝부분이 덩굴처럼 조금 뻗어나갈 뿐 다른 식물을 감아 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꽃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나고 꿀이 많아 벌들이 즐겨 찾는 식물이니 ‘벌’자가 붙은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잎이 들깻잎을 닮았으니 아마도 ‘깨’가 더하여져 벌이 찾는 들깻잎을 닮고 덩굴이 뻗는 식물이라 하여 ‘벌+깨+덩굴’이 된 듯싶다.
벌깨덩굴의 어린순은 나물로, 꽃이 필 때는 벌을 길러 꿀을 얻는 밀원식물로, 줄기와 잎은 약재로, 그리고 꽃은 관상용으로 쓸모가 많은 들꽃이다. 보라색 외에도 드물게 흰색이나 붉은색의 꽃을 피우는 것도 있다 하는데 필자는 아직 만나지 못했으나 ‘찾는 자에게 찾아지리라’ 하신 말씀대로 언젠가 만나지리라 기대한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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